“일제 피해 사할린에 일본이 지어준 한인센터라니요”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 대표 무원스님
사할린 역사기념관·추모관 건립 추진
“우리 정부가 러시아 사할린 동포들을 결코 잊어서는 안됩니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상임대표인 무원 스님(사진·부산 삼광사 주지)은 지난 19일 <한겨레>와 만나 “일제강점기 사할린에 강제로 끌려간 한인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역사기념관과 그곳에서 쓸쓸이 죽어간 영혼을 달래는 추모관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사할린을 방문한 그는 일제에 의해 징용에 끌려간 한인들의 후손들이 운영하는 한인문화센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센터는 2005년 일본 정부가 50억원을 들여 건립한 뒤 사할린주 한인협회 이름으로 기증한 것이다. 2층 짜리 건물의 1층엔 우리나라 교육부 산하의 한글학교인 한국교육원이 월세를 주고 입주해 있다.
“이제 대한민국도 먹고 살 만한 나라가 됐지 않습니까. 추위와 배고픔에 쓸쓸히 죽어간 영혼들을 달래주고 그 후손들에게 힘과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도리입니다.” 그는 “일본식으로 지어진 센터에 우리 정부기관이 입주해 있는 모양새는 한인의 영혼을 팔아먹는 것과 같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현재 사할린 한인 1세대 가운데 4000여명만 국내로 영주귀국했을 뿐 아들과 손자 등과 헤어지기 힘들어 귀국을 포기한 1세대 1000여명과 2~5세대 3만여명은 현지에 남아 있다. 2009년부터 여야 의원들이 사할린 동포를 지원하는 특별법을 국회에서 발의했으나 무산되거나 낮잠을 자고 있다.
무원 스님은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앞세워 사할린 역사기념관과 추모관을 건립하는 데 마중물 구실을 자처하고 나섰다. 먼저 지난해 10월 사할린주 한인협회 등 사할린주 3개 한인단체, 지구촌동포연대, 사할린 한인협회와 함께 기념관과 추모관 건립을 위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오는 3월엔 이해동 부산시의회 의장·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등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발족할 계획이다. 이어 6월 사할린 1공동묘역에 일제 때 끌려간 희생자들을 기리는 합동 추모비를 세우고 8월엔 합동위령제를 지낼 예정이다.
무원 스님은 천태종 총무부장을 지내던 2003년 고려시대 왕실이 자주 방문했던 개성시 영통사 복원사업단장을 맡아 기왓장 40만장 등을 서울~신의주를 잇는 경의선 육로를 통해 실어나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70여차례 북한을 다녀온 그는 “정을 나누면 통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남을 도와주려면 대가를 바라지 말고 도와주면 된다”고 말했다. 남북교류 사업이든 사할린 동포 지원이든 조건이나 성과를 따지지 말고 아낌없이 추진하라는 얘기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