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문공원, 천주교성지화 아닌 역사공원으로”
서소문바로세우기위원회 주장
“동학혁명 지도자 등 처형된 곳”
천주교 성지화가 추진되고 있는 서울 중구 염천교 인근 서소문공원을 조선 후기의 변혁과 저항의 상징성을 강조하는 역사공원으로 꾸며져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채길순(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는 22일 서울 경운동 수운회관에서 ‘서소문 역사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원회’(위원장·정갑선) 주최로 열린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관광자원화사업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토론회에서 “서소문밖은 한국 최대의 천주교 순교 역사의 현장이라는 사실 외에도 조선 후기 변혁 과정에서 저항한 역사 인물들이 처형된 장소이므로 특정 종교의 이해를 쫓기보다는 이 장소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정리해 그에 걸맞는 역사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채 교수는 “‘서소문밖’은 17세기말 지주층의 수탈로 피폐된 농촌을 탈출한 유민들이 시장을 열며 빈민층 경제의 중심지역이 되어 사람들의 출입이 빈번해지자 소문을 통해 경각심을 높이려는 봉건지배자들의 의도에 따라 국사범을 효시하는 형장으로 이용됐다”며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광해군 때 학자이자 작가이자 정치가였던 허균이 서자를 차별 대우하는 사회제도에 반대하는 신분혁명을 도모하다 참형된 것을 비롯해 ‘홍경래의 난’ 가담자들, 임오군란과 갑신정변 주도자들, 동학농민혁명의 지도자들이 참수되거나 효시된 곳”이라고 밝혔다.
서소문공원은 1801년 신유박해 등에 100여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참수를 당한 곳으로, 1984년 시성된 103위 성인 가운데 다산 정약용의 사촌인 정하상 바오로 등 천주교 성인 44명의 순교터로 천주교 순교자들을 위한 현양탑이 세워져 있다. 지난해 8월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곳을 찾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주도로 서대문공원 천주교 성역화 사업이 추진됐다. 서울시와 중구청은 2017년까지 500여억원을 들여 2만1363㎡와 염천교 일대 1947㎡의 부지를 합쳐 광장으로 꾸미고, 지하공간에 천주교 성당과 기념전시관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워 지난해 7월 설계공모작까지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천도교와 역사학계 관계자 등이 ‘서소문 역사바로세우기 범국민대책위’를 꾸려 두달째 서소문공원에서 농성중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