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동감 넘치는 거리와 역동적인 파리지앵의 삶을 보면 파리가 낭만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낭만의 근저에는 파리만이 가진 혁명성이 내포되어 있는 것 같다. '낭만'과 '혁명'은 다른 뜻의 두 낱말이지만 의외의 교집합을 갖고 있다. 그 공통분모는 '약간의 가난과 여유'다. 약간의 가난이 결여된 낭만은 사치로 보이기 쉽다. 약간의 가난은 결핍을 메우려는 새로운 변혁을 갈망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유가 없는 가난은 비참한 궁핍일 뿐이고 인간의 정신을 더욱 피폐화시켜 비관적으로 만든다. 비록 궁핍하더라도 낙관적인 사고, 타인에 대한 신뢰를 가질 만한 여유는 필요하다. 그러한 낭만주의적 사고에 용기가 결합될 때 변혁의 에너지가 생성된다. 또한 그 에너지가 폭발력을 갖기 위해서는 군중심리에 작용하는 인력이 어떤 임계점을 넘어서야 한다. 이것이 혁명의 전제조건이다. <파리 느리게 걷기>(최병서 지음, 에크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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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가난과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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