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꿈, 세월호의 기적⑨ / 도법
친구야,
며칠 전 철학자 강신주가 격찬한 김선우의 소설 <발원-요석 그리고 원효>를 읽었네. 1300여년 전 신라를 무대로 한 내용이지만 생생한 오늘 우리들의 이야기로 다가왔네. 암담한 사바세계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현대인들에게 ‘여자는 요석처럼, 남자는 원효처럼 살면 돼’ 하고 멋진 그림을 그려 보여주고 있네. 책을 덮으면서 ‘그래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해’ 하고 흐뭇한 마음으로 먼 하늘을 바라보았네.
친구야,
그리고 물었네. 당신들이라면 진영의 감옥에 갇혀 있는 세월호, 한이 맺히는 세월호, 값지게 할 길 몰라 쩔쩔매는 세월호를 어찌할 것인가. 묻고 또 묻는 과정에서 문득 사람들에게 <발원>을 읽게 하자, 사람들로 하여금 요석처럼, 원효처럼 살겠다고 마음먹게 하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진영의 감옥으로부터 벗어나 한이 풀리는 세월호, 헛되지 않고 값지게 하는 세월호의 기적이 펼쳐지겠다 싶었네. 그때부터 나는 세월호의 기적을 위해 <발원>을 읽자며 동네방네 선전하고 있네.
*2014년 11월 세월호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는 수륙재 모습. 김봉규 기자
친구야,
우리는 긴 세월, 일제 36년과 6·25 동족상잔의 아픔을 기억하며 오늘까지 왔네. 국민적 지혜와 역량을 다해 세계가 놀라는 대한민국을 일구었네. 실로 고맙고 자랑스러운 일이네. 그런데 오늘 이 시점에서 함께 살아야 할 민족이요, 이웃이요, 형제의 입장에서 우리 현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네. 지금 우리는 일제 36년과 좌우대립 때 형성된 친일반일 좌익우익의 응어리로 인한 뿌리깊은 불신과 분노와 공포의 철조망에 갇혀 있네. 그로 인해 놀라운 성공신화가 무색함을 넘어 무너질지도 모르는 위험한 상황으로 가고 있네. 얼어붙은 불신과 분노의 응어리를 풀어내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않는 한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네.
친구야,
세월호는 우리를 갈기갈기 찢어놓는 불신과 분노의 모든 벽을 단숨에 넘어서는 기적을 일으켰네. 온 국민이 함께 아파했던 어머니의 마음, ‘내가 잘못했어’ 하고 삶의 근본을 돌아보았던 형제의 마음, ‘새로운 나와 대한민국을 만들게’ 하고 다짐했던 아버지의 마음이 우리를 갈라 놓았던 모든 벽을 허물었네. 우리는 세월호가 일으킨 기적을 주목해야 하네. 그 마음으로 한이 녹아내리는 세월호의 길, 헛되지 않고 값지게 하는 세월호의 길을 열어야 하네. 그 길을 찾기 위해 국민적 지혜와 마음을 모으는 마당을 펼쳐야 하네.
그런 차원에서 지난 1일, 세월호 일으키는 기적의 현장 지리산 성심원을 찾았네. 그곳엔 세월호천일기도단이 마련되어 있었네. 그 앞에서 수천명의 프란치스코수도회의 성직자들과 프란치스칸들이 세월호와 함께하는 마음으로 ‘2015 포르치운쿨라 축제’를 열었네. 그곳에서 세월호 기적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음을 보았네. 그들은 팽목항에서 성심원까지 세월호를 값지게 하는 길을 찾아 16일간 순례를 했네. 물론 기도단에 기도문도 남겼네.
“세월호의 진실과 희망, 이제 시작입니다. 오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의 강물이 되길 빕니다.”
“반드시 달라질게.”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게’ 하고 다짐했던 그 첫 마음으로 살아가겠습니다.”
“세월호가 남긴 뜻을 잘 새겨 주님 앞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때까지 지극하게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세월호의 진실을 값지게 하는 길, 세월호의 첫 기적이 제2의 기적으로 꽃피는 길을 찾고 만들어내는 이야기를 풍부하게 펼쳐야 할 때이네. 자네가 그 길을 열어가기 바라네.
도법 인드라망생명공동체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