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느님의 계시를 받아 만들어진 성서 본문들은 일점일획도 바꿀 수 없다'는 인식이 박혀 있기 때문에, 성서는 항상 올바르고 절대 진리이며, 이를 비판하거나 부정하는 것은 하느님, 곧 신(神)에 대한 무례함 내지는, 기독교 신앙과 교리 자체를 거역하는 것이라는 의식이 꽉 박혀있다. 그래서 대개 본문을 강화시키는 신앙과 논리로 흐르고 있다. 구약을 양파 껍질 벗기듯 하면, 그 중심에 어떤 모습이 보일까, 하는 것이 필자의 호기심이다. 전통적으로 보면 하느님이 그 한가운데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어쩌면 왕과 제사장이 잔득 웅크리고 앉아 하느님을 이용해 구약 종교를 이어간 것은 아닐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
<구약 속의 종교권력>(김은규 지음, 동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