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드 한국대표로 참석한 강우일 주교
“우리나라 냉전시대 좌-우 갈등 유물 못 벗어나 안타까워
동성애자 아직 인정할 수 없지만 교회 안에서 끌어안아야”
가톨릭 교회 세계 주교 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의 과정은 복잡하지만 체계적이다. 또 대단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모두 270명의 각국 주교들은 한 주제에 대해 3분씩 이야기를 한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발언한다. 또 그룹으로 나뉘어 다시 토론한다. 그렇게 모아진 최종 의견은 즉시 효력을 현실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교황이 최종 문헌과 발언 기록을 토대로 심사숙고해 1년 뒤쯤 새로운 교회 공식 지침서에 해당하는 ‘사도적 권고’라는 형태의 문헌을 발표한다.
지난 4일부터 25일까지 바티칸에서 열린 올해 주교 시노드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던 강우일 주교는 교황 리더십의 핵심을 ‘다른 의견의 포용’이라고 정의했다. 의견이 다른 상대방을 ‘악마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서로 다른 견해를 자유롭게 내놓으면서도, 상대를 적대시하거나 대결의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함께 걸어가는 형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 교황의 가르침이었다는 것이다.
27일 서울 중곡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만난 강 주교는 현재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된 한국의 정치 사회적 논란과 대결에 대해 “(정치)지도자들이 너무 단순하게 사람들을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서구 사회는 좌우라는 냉전 시대의 개념과 사고에서 이미 탈피했는데, 우리는 아직도 못 벗어나고 대결로 치닫고 있는 것이 참 안타깝다”며 “평화를 제일 위협하는 것은 바로 사람 마음속에 있는 적개심이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그런 적개심을 일으키는 밑바닥에는 그 사람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화시켜 적으로 만들어버리는 사고의 틀이 있다”며 “이것이 우리 사회를 끝없는 투쟁의 틀로 몰고 가는 것이다”고 진단했다.
그는 “상대방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려는 노력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 상대를 같은 인간으로 태어난 형제로 바라보려는 시각이 있어야 갈등을 봉합할 수 있다”며 “우리 안에 의견 차이가 있어도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도저히 함께 갈 수 없는 존재로 만들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번 주교 시노드의 주제는 ‘교회와 현대 세계에서의 가정의 소명과 사명’이었다고 한다. 종교 안에서는 신앙 장애자로 보는 이혼과 재혼자의 영성체를 허용하는 방안과 동성애자의 결혼 허용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했다고 한다. 현재 카톨릭에서는 이혼·재혼자는 미사에 참석할 수 있지만 영성체는 허용되지 않는다. 강 주교는 이번 시노드의 자신 발언시간에 “영성체 의식은 의인들에 대한 포상이기보다는 죄인들에 대해 하나님이 거룩한 약을 주는 것”이라며 이혼·재혼자에 대한 영성체 금지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당하게 이혼을 당했거나, 지속적인 폭력 등으로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이혼한 경우 등을 잘 식별해서 이혼과 재혼이 본인의 탓이 아니라고 제3자가 판단할 수 있을 때 영성체를 허용하자는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강 주교는 전했다. 또 동성애자 결혼은 아직 인정할 수 없지만 가정 안의 여러 구성원 중에는 동성애자도 있으며, 그 구성원이 모두 다 교회의 구성원이라 그들을 교회 안에서 끌어안고 함께 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시노드의 입장이라고 정리했다.
또 강 주교는 “결혼은 남녀가 만나 좋게 지내는 개인적인 차원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을 인간 안에서 체험하고 구현하는 현장”이라며 “그 이상을 향해 젊은이들이 나아가도록 교회가 용기를 북돋고 교육해야 하는 것이 성직자들의 임무”이라고 말했다.
강 주교는 “신부나 수도자가 되는 것이 소명인 것처럼 결혼도 소명이라고 인식한다면 결혼생활을 위한 충분한 준비와 양성이 필요한데, 한국 교회는 이를 하루, 이틀 정도로 끝내고 있어, 교회가 양성을 거의 포기한 것”이라며 “청소년기부터 교육을 시작해 결혼 후에도 결혼생활을 오래한 부부들이 멘토 역할을 해 주는 구조가 갖춰져야 한다”고 강 주교는 강조했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