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전하다
불가에서 스승이 제자에게 전승해준다는 법이 있다.
2600년 전 우리 부처님으로부터도 연원된다. 선가(禪家)에서는 달마대사가 혜가에게 전한 전법 일화가 너무나도 유명하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필자에게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즉 나도 법을 전한 것이다.
이거 이글 쓰려니 좀 긴장이 되네그랴. 나 같은 비렁탱이 어설픈 스님이 법을 전수해 주다니…. 필자에겐 많은 손님이 오는데 그 중 당연히 성직자 신분의 손님이 많다. 주로 한국에서 오시는 스님들로부터, 신부님, 수사님, 수녀님, 목사님, 원불교의 정녀님 등등 참 종교적인 신분은 다르지만 한마음의 맑고 착한 이 시대의 훌륭한 성직자분들이다. 난 이분들에게 늘 많이 배운다.
필자가 이곳 티베트 사람들과 함께하니 초대 받았을 때도 음식에 고기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또 특별히 티베트 승가에서 고기를 금하지는 않는다. 그 나라 자연 풍토에 인연되는 식사법이기도 하다. 이곳에 자리하며 처음 무척 놀란 것 중의 하나는 스님이 푸줏간에서 고기 사는 모습에서였다. 또 처음 양고기를 대했을 때의 역겨운 냄새라니!! 양고기는 우리 한국 땅에서 구하기가 좀 어려운 시절에서 자라다가 여기 와서 처음이기에 더욱 그랬으리라. 세월감에 따라 자연스레 양고기를 먹게 되다가 이젠 내 손으로 요리까지 한다. 티베트스님이나 라닥 노스님이 모이면 손수 걷어부치고 직접 내가 요리를 하기도 한다. 여기에 우리 고추장 된장을 넣고 하면 그 양고기 특유한 역겨운 냄새가 없어져 먹기가 한결 낫다. 한번은 기상천외의 웃음보의 얘기를 팩스로 몇 군데 보냈던 적이 있다. 내용이란 라닥 노스님들이 찾아오셔 양고기 요리 맛있게 해서 먹고 있는데 얼마나 맛있는 요리였던지, 내 방의 불단에 모셔둔 부처님까지도 내려와 “너희만 묵냐. 나랑 함께 먹자”고 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글이었다
*양고기 꼬치구이/자료사진/한겨레 김명진 기자
한번은 어느 수도원의 수도원장 신부님이 여기 다람쌀라에 올라 오셨다. 당연히 함께 식사도 하며 서로 간의 종교 수행상의 영성에 관한 대화에서 깊어지는 상호 이해와 조화를 함께한다. 그 수도원장 신부님은 로마에서 오랫동안 공부를 하다 보니 당연히 양고기 맛을 아신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전례학으로 학위까지 이수하셨단다. 한국에서는 양고기 요리하는 식당이 드물다며 함께 양고기를 해먹자고 결의해, 난 나름대로 신이 나서 정성껏 준비를 한 것이다. 한번 잡수시더니 당장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어떻게 만드느냐며 탄성과 함께 아주 맛있게 드셨다. 그리고는 이 요리법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결국 나의 요리법, 탄젠트-코싸인을 맞추어 인도 양념을 사용하는 법, 무엇보다도 고기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될 생강부터 넣어야 하는 이유 등등 시범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함께 요리를 했다.
끝내 필자가 전수해준 법이라는 게 양고기 조리법이었다. 스님이 되어가지고 그것도 고기 요리법이라니! 또 전수해준 분이라는 게 신부님이라니!
생각만 해도 절로 웃음이 나온다. “스님이 신부님께 양고기 요리법을 전하다.” 이거 오해하기 쉽겠다. 그러나 거짓 없이 위선하지 않고 이 자리에서 있는 그대로를 써봤다.
이후 한국에서 만났다. 물론 그 신부님이 원장으로 계신 수도원, 이왕이면 식사도 함께하자며 날짜를 미리 잡아 방문한 것이다. 기대하고 찾아간 수도원의 식당에서다. 아이 배고파 어서 기도 하고 밥 먹읍시다며 재촉했다. 기도가 끝나자마자,
“신부님 나 오늘 이거 밥 못 먹겠네요.” 하니 화들짝 놀라며 좀 놀라운 듯,
“아니 왜요?” 조심스레 묻는다.
“이게 국이 뭡니까 미역국이!”
“오늘 특별히 스님 오신다고 미역국을 우리 형제 수사님이 준비한 건데요, 아이고 그럼 무슨 국을..........”
“당연히 쇠고기국을 끓여야지요!”
식당 안의 모든 수도원 식구가 와 하고 웃었다. 일부러 긴장을 풀고 맛나게 먹으려던 나의 개그가 성공한 것이다. 식사 후 한 수사님이 스님 다음에 오시면 진짜로 소고기국을 준비하지요 하신다. 나중에 젊은 수사님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한 분이 내 귀에 대고, “우리 원장님 별명이 선임하사거든요. 스님도 그와 어쩌면 그리 똑같은 분위긴가요.” 라고 한다.
요즘 들리는 소문으로 신부님께서 후배 수사님들의 깊은 영성수행을 위해 지리산 안쪽에 명상원을 짖는다고 한다. 기대가 크다. 실로 명상은 이 시대 인류 차원의 누구에게나 필요한 자기 수련인 실천 방법인 것이다.
*푸줏간 삼형제
그런데 필자가 아래 시장가서 양고기 사오는 푸줏간이 딱 정해져 있다. 25여 년이다. 푸줏간을 삼 형제가 운영한다. 인간적인 신뢰 속에서 믿음이 가고 그분들의 온화하고 편안한 얼굴 모습에서 그 집만을 고집하는 이유이다.
이젠 정말 공부 잘하여 법(法)을 전해야지 않겠는가. 필자는 스스로 나를 장님이라고 한다. 법에 대해서 너무 캄캄하니까. 언제나 남의 눈을 띄워 주고, 남을 편케 할 보편적인 진리의 법을 전해 볼까나?
청전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