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보전을 위해 더 불편해 봅시다~
“창조세계 지키고자 자연스러운 불편 선택” … 2박3일간 창조보전축제 열려
2013.6.17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정현진 기자 | regina@catholicnews.co.kr
“불편하세요~”
창조보전축제 참가자들에게는 불편을 통해 하느님과 자연의 섭리를 충분히 느끼라는 일종의 덕담이다.
6월 14일부터 16일까지 경기도 화성시 성바오로수도원에서 천주교창조보전연대(상임대표 양기석 신부)가 연 창조보전축제. 근사한 캠핑카, 화려한 식재료와 조리도구는 갖추지 않았다. 하지만 자연속에 온전히 젖어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체험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분명한 치유와 혁신의 축제다.
올해로 4번째 진행되는 창조보전축제의 기본 가치는 “작은 것을 좋아하고 청빈한 삶을 생활화한다.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며, 모든 일과 과정을 놀이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핵발전 위험에 대한 경고음이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이 상황에서 ‘화석연료 없이 살아보자’는 다짐은 2박3일의 이벤트가 아닌, 어쩌면 절박한 생존의 결의다. 단지 “한번 경험해본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상에서 배우고 실현하는 바를 나누고 공유하며, 더 많은 이들이 즐겁게 실천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자리, 그것이 창조보전축제다.
▲ 매일 아침 절 기도로 마음과 몸을 땅을 향해 낮춘다. 모든 생물체들이 그러하듯,
사람 역시 겸허히 땅의 기운을 받아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일깨우고 또 일깨운다. ⓒ맹주형
각 교구에서 삼삼오오 모여든 50여 명의 참가자
적정기술을 이용한 밥 짓기, “밥 먹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구불구불 산길을 올라 소박하게 자리잡은 성바오로수도원 마당에 텐트 10여 동이 둘러섰다. 수원, 의정부, 춘천, 광주, 인천, 서울, 대구, 대전 등에서 모인 남녀노소 참가자들과 수도자들 50여 명은 한가운데 모여앉아 서로 통성명을 하며, 앞으로 진행될 축제를 기다린다. 이미 이전 축제에서 만난 이들도 있고, 처음 참여한 사람들도 있지만, 어색함 없이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창조보전축제를 즐기기 위해, 먹을거리와 잠자리를 직접 준비한다. 잠자리는 텐트, 물을 내리는 수세식 화장실 대신 왕겨로 냄새를 제거하고 퇴비를 만들 수 있는 친환경 화장실도 만든다. ‘화석연료 없이 살아보기’라는 주요 목적에 합당하게 가스나 석탄을 이용한 가열기구도 없다. 태양열조리기로 감자와 계란을 삶고, 적정기술(민중기술)을 이용한 로켓 나무 화덕으로 밥과 국을 끓인다. 자전거 발전기로 전력을 공급한 CD플레이어에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최대한 탄소배출을 하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를 살피고 또 살핀다.
텐트를 치고, 태양열판을 설치한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로켓 나무 화덕 만들기. 양철통과 난로 연통, 연탄재, 땔감만 있으면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가열기구가 완성된다. 재료는 간단한데, 익숙하지 않은 탓에 공정이 쉽지 않다. 부모님을 따라온 8살 어린아이도 어디서 배웠는지 열심히 땔감을 쪼갠다. “가능할까?”라는 의문, “언제 되나?”라는 조바심이 언제 있었나 싶게, 어느새 조별로 만든 두 개의 화덕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밥 짓는 냄새가 사방에 퍼진다.
각 조별로 소담하게 나누어 담은 상추, 감자, 당근, 호박, 된장, 김치는 구수한 된장찌개와 비빔밥 재료가 되고, 제철 완두콩은 밥 위에 곱게 얹혔다. 같은 재료로 같은 식단을 차렸는데, 서로 우리 밥이 더 맛있다며 웃음꽃이 핀다. 재촉하는 진행자도 없고, 옆 조보다 늦는다며 동동거리지도 않는다. 그저 셋이면 셋, 다섯이면 다섯이 모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정성껏 밥을 지으면 그만이다.
일상에서 손동작 하나면 불이 켜지는 가스레인지, 전자레인지, 오븐에 밥을 지어 먹던 참가자들은 “밥 한 번 해먹기가 이렇게 어렵다니……”라며, 탄식 아닌 탄식을 내뱉는다.
▲ 자전거 발전기를 돌리는 어린이 참가자들. 연결한 CD플레이어에서 음악이 나오자, 힘든 줄도 모르고 페달을 밟는다. ⓒ정현진 기자
▲ 밥 짓기에 앞서, 2시간 동안 땀을 흘려야 했던 로켓 나무 화덕 만들기. 드디어, 밥이 끓는다! ⓒ정현진 기자
“창조세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실천방식 모색하는 자리
이곳에서부터 창조보전을 위한 일상의 축제 이어져야”
이번 창조보전축제를 준비한 양기석 신부는 “2박3일간의 축제를 통해 위험한 방식으로 생산된 에너지, 특히 핵발전 에너지를 거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라면서, “다양한 실천 방법을 통해 하느님이 만들어주신 창조세계를 보존하는데 조금이나마 힘을 기울이는 시간”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연스러운 불편을 선택함으로써 필요 없는 것들, 절제 가능한 일들을 가려내는 과정”이며 “그대로의 자연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지는 물론, 노동과 밥 한 끼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끼고, 공동체를 체험하는 귀한 시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은 첫날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낮 시간 동안 충전한 태양열 에너지로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를 감상하고 별 보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기 하나 없이 사위가 어두웠지만 각자 손에 쥔 촛불 하나로도 충분했다.
절 기도와 미사로 연 둘째 날은 이유진 녹색당 정책위원장이 독일의 탈핵과 국내 대안에너지 활용 사례 등을 소개하는 시간이 마련됐으며, 숲 체험, 재활용품 화분 만들기, 텃밭 체험 등이 이어졌다.
창조보전축제에 2년째 참가한 정춘교 씨(대전교구 정평위 사무차장)는 실무을 맡았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온전히 참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고 소감을 전하면서, “이른바 즐거운 불편은 감수할 만 하다. 불편함보다 행복이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중에 숲 체험이 가장 좋았다”며 “인류 생존에 꼭 필요한 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고, 우리가 찾기만 하면 숲, 자연 속에서 모든 것을 얻도록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그는 평상시에 늘 들고 다녔던 핸드폰을 꺼놨는데도 불편하지 않았다면서, “이번 축제를 통해 안 해도 되는 일들이 있다는 것, 느리게 사는 삶이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할 수 있는 한 자연 안에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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