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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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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인들 ‘볼일’ 뒷처리, 거리에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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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택 귀퉁이 발코니 같은 곳에서 아래로 ‘끙’
 가축 오물과 뒤엉켜 질척질척…하이힐 유래

중세인들은 뒷처리를 어떻게 했을까? 인간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매일 매순간 치러야 할 일은 숨쉬고 먹고 자고 똥 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어느 누구도 부정 못 할 것이다. 이 네 가지 중 똥 부분을 한번 보기로 하자. 똥은 변소와 상당히 밀접한 연관이 있으니 중세의 변소가 어떠했는지를 한번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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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의 변소는 참으로 열악했다. 위 사진에서 보면 성 같은 대저택 귀퉁이에 발코니처럼 툭 튀어나온 곳이 보인다. 사실은 이것이 발코니가 아니고 변소다. 위에서 똥을 눠 그 아래 길거리에 그냥 떨어지게 해버리거나, 좀 더 나은 방법으로 정원에 떨어지게 했다. 뒤에는 자그마한 관을 달아 배설물이 그 관을 타고 내려오게 해 구덩이에 모았고 ‘저급 직업군‘들이 이런 변소를 치웠다.(’저급 직업군‘은 유럽문화사에 나오는 고유명사임)
 
 오줌 뒤집어쓰거나 요강에 머리 다치기도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것을 이들도 사용했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바로 우리가 사오십년 전에도 사용했던 요강이다. 좀 다른 점이 있다먼 이 오줌을 버리는 방법이다. 우리네는 그래도 거름으로 채소밭에 뿌려주었는데 이들은 아침이 되면 요강에 모인 오줌을 창문을 통해 거리에다 쏟아부었다. 아침에 이런 거리를 우연히 지나가다가 오줌 세례를 받는 이도 더러 있었는가 하면, 붓는 이의 실수로 오줌과 오강이 함께 떨어져 재수 없게 머리를 다치는 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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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니 거리가 얼마나 더럽겠는가? 여기다 말 돼지 개 닭 양의 오물과도 서로 뒤엉켰으니…. 몇 세기 전 유럽의 거리가 이렇게 오물로 뒤덮이다보니 그걸 피해 가려고 하이힐이 생겼다는 사실을 우리는 익히 들어 알고 있다.
 1483년 독일의 프리드리히 3세 황제가 로이트링겐(Reutlingen)을 방문했을 때 말이 거리의 오물 때문에 빠졌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왕의 수레라도 한번 지나가게 되면 거리에 짚을 깔았다. 왕의 수레바퀴가 잘 구르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수레바퀴는 잘 굴러갔을지는 모르나 그런 행차 뒤의 거리는 더 문제였다. 짚과 오물이 뒤엉겨 더 구질구질하고 더 추접스런 거리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나는 문화의 진화와 발전을 엿본다. 이들이 그런 터널을 거치고 나서야 지금의 유럽이 되었다. 우리네 역시 전쟁 뒤 보릿고개라는 터널을 거친 다음 지금의 이런 시절에 도달했다. 지금 부지런히 진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동남아인들도 지금은 일종의 이런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인간의 의식도 진화를 위해서는 이런 터널의 통과를 거쳐야 하지 않을까.
 
 변소 박물관까지 만들어 보존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와 아래 그림들을 보자. 바깥의 남자가 똥 위에다 재를 뿌리는지 서비스를 잘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가 분명 돈을 주고 똥을 누는 것 같다. 그러니 주인과 손님의 관계로 보면 되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저리 친절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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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점의 흑백 그림은 그 유명한 렘브란트 작품이다. 거리에서 오줌 누는 남녀가 익살스럽다. 마지막 그림은 한 남자가 궁둥이를 까고 볼일을 보고 있고 다른 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구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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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그러면 똥을 다 눈 다음 뒷처리는? 로마시대엔 목욕 스폰지를 작대기에 달아서 이것을 소금물 든 통속에 넣어 두었다가 사용했다고 한다. 게르만족들은 짚과 나뭇잎을,  중세인들은 이끼를 썼다. 부자들은 헝겊이나 양털을 사용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금의 질서 있는 거리로 변하기 전의 유럽 모습들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지금 이런 과거의 구질구질했던 귀퉁이 문화일지라도 버리지 않고 변소박물관까지 만들어 잘 보존하고 있다. 자잘한 문화일지라도 보존하는 이들, 특히 독일인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기까지 하다. 마지막으로 만약에 인류사에 인간이 배설해낸 오물이 사라지지 않고 그대로  존속했다면? 끔찍스럽다! 이 지구는 다 오물로 뒤덮여 있을 것이고 악취 때문에 숨쉬기도 어려울 것이다. 이 오물들을 말없이 다 정화시켜주는 자연의 이치가 신비롭고 또 고맙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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