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불상 대신 마음에 부처 모시고 ‘생활 속 밀교 수행’

$
0
0
진각종 사역 지우·선현지 부부

q1.jpg» 진각종을 창종한 회당 손규상 대종사가 태어난 곳에 지어진 금강원은 동해의 푸른바다를 굽어보는 성인봉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9년째 울릉도 파견돼 부부 사역을 하고 있는 지우 정사와 선현지 전수가 금강원 언덕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고 성지인 울릉도 금강원 관리하며
도심에 법당 격인 심인당 열어
‘속세 떠난 것보다 되레 어려운’ 수행

머리도 깎지 않고 결혼도 하고
‘연꽃 속 보석’ 뜻 옴마니반메훔 염송

손규상 대종사 종교개혁적 파격
형식 타파하고 문 연 지 70돌
신자 70만명인 불교 4대 종파로

복 비는 구원 대신 마음 밝히는 자각
스스로 깨닫고 참회하고 실천



동해의 푸른 바다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울릉도는 한반도의 아침을 가장 먼저 연다. 울창한 원시림이 아직도 잘 보존돼 있는 울릉도에는 불교의 흔적이 있는 지명이 많다. 성인봉, 미륵산, 관음도, 관음굴 등의 지명은 울릉도가 오래전부터 불교의 수행지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대한불교 진각종의 최고 성지인 금강원이 울릉도에 있다. 사동포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성인봉 자락에 있는 금강원은 진각종을 연 회당 손규상(1902~63) 대종사의 탄생지이다. 법당인 총지심인당에 들어서면 정면에 불상이 없다. 대신 한글로 ‘옴마니반메훔’을 쓴 신물이 자리잡고 있다. 진각종은 이 육자진언을 염송한다. 이 여섯 글자만 반복적으로 염송하면 인간 현세의 3고(가난, 질병, 불화)에서 벗어난다고 믿는다. 오랜 전통의 밀교 수행이다. 경전을 공부하고 불상을 모시는 조계종 같은 대부분의 현교와는 달리 밀교는 부처의 깨달음을 비밀리에 전하는 수행을 본질로 삼는다.
  포교와 수행을 함께하는 진각종의 교역자들은 모두 결혼한 부부들이다. 재가불교이다. 남성 교역자는 정사, 여성 교역자는 전수라고 부른다. 금강원을 관리하는 교역자인 지우(48) 정사와 선현지(48) 전수 역시 부부이다. 이 부부는 2007년 12월부터 울릉도에 파견됐다. 9년째 연고 하나 없는 울릉도에서 사역중인 셈이다.

캠퍼스 커플, 직장 동료, 도반으로

q2.jpg» 진각종의 법당인 심인당에는 불상이 없다. 대신 지속적으로 염송하면 인간세상의 고통을 없애주는 육자진언인 ‘옴마니반메훔’을 한글로 쓴 신물이 불상 자리에 있다.울릉도 오기 전 남매를 키우던 부부는 울릉도에 와서 세 번째 자식을 얻었다. 둘은 캠퍼스 커플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사귀었다. 함께 물리치료를 전공한 부부는 졸업해서 함께 물리치료사로 사회생활을 하다가 진각종에 입교했다. 입교는 남편이 먼저이다. 지우 정사의 어머니는 진실한 진각종 신도였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4남매는 어릴 때부터 진각종을 접했다. 진각종의 법당인 심인당에서 운영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성학교에서 밀교를 배웠다.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두 형제를 진각종 교역자로 이끌었다. “너무 힘이 들었어요. 어머니의 죽음은 온 집안을 절망에 빠뜨렸어요. 인간의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뒤늦게라도 종교인의 길을 가고 싶었어요.” 35살의 나이에 속세를 떠났다. 진각종에서 속세를 떠나는 것은 산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도심에서 부처의 삶을 사는 것이다. 부인인 선현지 전수는 남편이 진각종에 입교하자 따라서 입교했다. “친정어머니가 불자였어요. 어릴 때부터 어머니의 손을 잡고 불당에 나갔어요. 결혼한 뒤 접한 진각종의 불당엔 불상이 없었어요. 처음엔 생소했지만 밀교의 깊은 의미를 알아가면서 교역자의 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어요.”
  부부는 매일 새벽에 울릉도 도동의 여래심인당에서 함께 수행을 한다. 수행의 요체는 육자진언을 염송하는 것. 옴마니반메훔은 산스크리트어로 ‘연꽃 속의 보석’이라는 뜻이다. 자세는 반가부좌를 하고 결인(금강지권)을 한다. 금강지권은 두 손바닥을 마주 붙이고 하는 합장이 아니라 왼손 검지를 펴서 오른손 바닥으로 감싸고 교리참회문을 외운다. 그리고 ‘옴마니반메훔’을 읊조리며 배꼽, 왼쪽 옆구리, 명문, 오른쪽 옆구리, 단전, 인후 부분에 여섯 불상이 놓였다고 생각한다. 옴마니반메훔을 분명하게 자기 귀에 들리도록 외운다. 육자진언의 울림에 몸을 맡겨 삼매의 경지에 들어간다. 삼매의 경지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몸이 서서히 금강보살로 변해감을 느낀다. 자신이 부처의 성품을 지닌 중생임을 자각한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부처로 새롭게 탄생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지우 정사는 “육자진언을 계속 염송하다 보면 몸과 마음은 가벼워지고, 맑고 밝게 변해 갑니다. 누구나 본래 지니고 있는 청정한 마음의 본성을 알아차리고, 그 마음이 곧 보살의 본심임을 체득하게 되면 어떠한 고통도 소멸하게 됩니다. 그래서 생로병사의 고해에서 벗어나고, 자비심으로 충만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죽을병 걸려 100일간 정진해 나아

 진각종이 육자진언을 염송하게 된 것은 손 대종사의 경험에 따른 것이다. 7세기 중엽 인도에 불교의 형식에 따른 반발로 밀교가 등장했다. 은밀하게 교의와 의례를 스승이 제자에게 전달하여 간직하는 불교 신앙이 생겼다. 밀교가 한국에 들어온 것은 신라 선덕여왕 때. 고려시대에도 교세를 떨쳤지만 맥이 끊어졌다. 그런 밀교를 손 대종사가 신불교운동을 표방하며 창종했다. 부친은 한약방을 경영했지만 그다지 유복한 형편은 아니었던 손 대종사는 부유한 처가의 도움으로 육지인 대구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으로 건너가 낮에는 노동하고 밤에는 야학에 다니다가 관동대지진이 일어나 울릉도로 돌아왔다고 한다.
 울릉도 도동에 가게를 열어 성공했고, 포항으로 이사해 잡화상과 포목점으로 큰돈을 번 대종사는 세 자녀가 차례로 세상을 떠나는 인간적 아픔을 겪는다. 불교신자였던 모친의 권유로 포항시내 죽림사에서 재를 지내고 불상을 시주하며 불교와 인연을 맺었다. 어느 날 그는 집안에 돌아와 외상장부를 모두 꺼내 불태웠다. 그는 가족들에게 “우리가 편히 먹고 지내는 동안 여기 적힌 사람들은 빚 때문에 고통을 받았을 터이니 그 빚에서 해탈시켜주자”고 말했다. 
  본인이 병에 걸려 죽음을 앞두게 되고, 수의까지 마련할 처지가 됐을 때 손 대종사는 마당에 움막을 지어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는 100일간의 정진을 하며 병에서 벗어났고, 대각의 종교 체험을 했다고 한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창교한 진각종은 전통 불교에 비해 종교개혁에 가까울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선현지 전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형식을 타파하고 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수행을 기치로 내걸었어요. 복을 비는 의식보다 마음을 밝히는 자각의 불교였죠. 광복 직후의 혼란기에 기존의 기복적인 불교로는 세상을 구제할 수 없다는 뜻에서 새불교운동을 일으킨 것이죠.”

 경전 한글로 바꾸고 산이 아닌 마을로

 대종사는 대중에게 “깨달아 보라. 참회해 보라. 실천해 보라”를 외쳤다고 한다. 법당에서 불상을 없앤 이유는 의지하려는 외부의 대상을 없앤 것이다. 불교는 마음을 닦아 자성을 밝히는 종교이니, 부처는 결국 자신의 마음속에 있음을 강조했다. 종교적 구원이 절대자나 그 밖의 대상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깨닫고, 참회하고, 실천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이다.
 법당을 심인당으로 고친 이유는 마음속 진리인 심인을 찾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경전을 한글로 바꾸었고, 산이 아닌 마을 한가운데 심인당을 세운 것은 생활불교로 누구나 쉽게 부처와 가까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전국에 120여개 심인당이 70만 신자가 있는 불교 4대 종파로 성장한 진각종은 양력을 사용한다. 지우 정사는 “머리도 삭발하지 않고, 결혼도 하고, 생활 속에서 수행하는 것이 속세를 떠나 수행하는 것보다 어렵다”며 “심인당에 들어서는 순간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올 7월 창종 70주년을 맞이하는 진각종은 울릉도에서 대규모 창종 행사를 한다. 부부는 이제 울릉도를 떠날 인연이 다가옴을 안다. 어디로 갈지는 모른다. 하지만 전생의 인연이 부부를 또 다른 곳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다. 마침 초등학교 다니는 딸이 학교에서 돌아온다. 부부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딸을 반긴다. 캠퍼스 커플에서 직장의 동료로, 다시 종교적인 도반으로 살아온 부부의 삶에 짙은 행복감이 묻어난다.
 울릉도/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

Viewing all articles
Browse latest Browse all 3077

Trending Artic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