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수호천사가 존재한다고 믿으십니까? 아일랜드의 여성작가 로나 번이 쓴 《수호천사》라는 책이 있습니다. 삶의 어려움 중에 수호천사를 직접 만났다고 고백하는 작가의 실제 이야기인데, 작가는 누구나 저마다의 수호천사가 늘 함께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이 고통스러울 때 누군가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느낌을 받거나 살며시 어깨를 두드려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합니다. 영국 <타임스>의 설문조사에서도 69퍼센트의 사람들이 수호천사가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합니다.
누구나 하느님께서 붙여주신 보디가드가 곁에 있다니 상상만 해도 든든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은 얼마나 귀한 존재입니까? 험한 직업을 가진 분들, 가난한 살림에 찌들어 사는 분들, 심지어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분 뒤에도 엄연히 수호천사가 있으니 세상사람 누구도 함부로 업신여기면 안 됩니다.
그럼에도 지금 우리 사회에는 도처에서 서로를 괴롭히며 살아가는 모습들로 넘쳐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2014년 4월 6일은 ‘윤승주’라는 병사가 입대한 지 4개월 만에 선임병 네 명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끝에 죽은 날입니다.
어떻게 괴롭혔나요? 치약 한 통을 전부 짜서 강제로 먹였습니다. 가래침을 뱉고는 핥아 먹으라고 했습니다. 죽기 이틀 전에는 냉동음식을 입에 집어넣고는 얼굴을 마구 때렸습니다. 밥알이 튀어나오면 다시 삼키게 했습니다. 그러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윤승주 일병은 끝내 기도가 막혀 죽었습니다.
» 2014년 10월 30일 낮 용인 3군사령부 군사법정에서 열린 윤승주일병 사건 선고공판이 끝난 뒤 윤일병의 어머니가 아들 이름을 부르며 오열하고 있다. 오른쪽은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용인/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멀쩡하던 아이가 갑자기 죽었으니 너무도 수상쩍은 가족들은 시신을 보자고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스물두 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윤 일병은 입대 전에는 대학생이었는데, 장학생에 과대표도 했다고 합니다. 위로 둘 있는 누나들과 나이 차이가 10년 넘게 날 정도로 부모에겐 어렵게 얻은 자식이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후 군대를 개혁한다는 뉴스로 전국이 한참 떠들썩했지만, 군대를 개혁하는 것만으로 될 일은 아닙니다. 우리 젊은이들은 입대하기 전 이미 마음이 망가져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입대하는 젊은이들 상당수가 우울증을 비롯한 다양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경쟁에만 익숙할 뿐 양보, 배려, 이해 같은 인간다운 품성을 배우지 못한 채로 군대에 모였으니 사건 사고가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중에 《눈먼 자들의 도시》가 있습니다. 갑자기 눈이 먼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기더니 삽시간에 온 도시에 눈먼 감염자들이 속출합니다. 눈이 멀자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낄 법한 짓을 하더니, 살기 위해서라면 이기적이고 위선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거리낌 없이 자행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아이들이 생각났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소설 속의 사람들처럼 눈이 멀어 있습니다. 오로지 경쟁에서 이기는 일, 1등이 되어 특권 누리는 일 외에 다른 건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눈먼 아이들이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요? 온통 경쟁과 출세, 1등만을 배우니 눈에 독기가 서려 있는 건 당연합니다. 사람 사는 도리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성장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대형 사고를 치는 것입니다.
망가진 아이들을 키워내는 가정, 오로지 1등만 골라내는 학교, 내가 이기기 위해서는 조금 부족한 친구를 괴롭혀도 괜찮다고 말하는 사회, 우리는 지금 그런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할까요? 저는 오늘의 한국 사회가 하루빨리 이 질문에 답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