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에서도 스님들이 종종 업(業)과 윤회(輪廻)를 인과응보와 더불어 '운명론'으로 설할 때가 있다. 물론 그런 말씀 중에는 새겨들어야 할 내용이 있다. 지금 자신이 한 행위가 미래의 행복과 불행의 씨앗이 될 테니 바르게 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기엔 우리네 삶이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삶이 고통스러운 이들에게 "이 모든 일이 당신 업 때문이오"라든지 "전생에서 잘못 살아서 그렇게밖에 살 수 없는 거요"라고 한다면 얼마나 무자비한 말이 되고 마는가. 운명은 결코 정해져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그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자신의 흐트러진 삶을 바꾸고 싶다면 무엇보다 나쁜 습성은 버리고 좋은 습관을 기르도록 애써야 한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계(戒)라고 한다. 이는 율(律)과는 다른 개념이다. '좋은 습관 길들이기, 선한 행위 행하기'를 말하며, 결과보다는 자발적 의도나 동기를 중시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꼭 이것만은 실천하리라 결심하고 좋은 습관을 위해 노력하는 행위가 곧 계이다. 그러나 불자라면 불교적 가르침에 따라 삶을 변화시키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 잠깐의 재미를 위해서라면 모를까 점괘에 자신의 인생을 맡기는 것은 무모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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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쉬운 '계'라도 지속적으로 지켜 내기란 쉽지 않다. 굳게 다짐해도 시간이 흘러가면 의지는 약해지게 마련이다. 아랍 격언에'무엇인가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방법을 찾아내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구실을 찾아낸다'는 말이 있다. 마음이 느슨해지면 변명과 구실을 찾는다는 얘기다. 결심이 느슨해졌을 때 마음에 새겨두면 딱 좋을 말이다."
<계율, 꽃과 가시>(원영 지음, 담앤북스) '선한 습관 길들이기'중에서
원영 스님 대한불교조계종 교수아사리 (계율과 불교윤리 분야) 2000년 운문사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선원안거 후 일본으로 유학하여 하나조노대학 대학원에서 2005년 <범망경의 자서수계에 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2008년 <대승계와 남산율종>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저서로 <<부처님과 제자들은 어떻게 살았을까>>와 <<계율과 불교윤리>>(공저), <<대승계의 세계>>가 있다. 현재 BBS불교방송 '아침풍경'을 진행하고 있으며 강의와 다양한 저술활동을 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