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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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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의 늪, 불평의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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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52352_P_0.JPG» 그리스 메테오라 한 수도원을 거닐고 있는 수도사. 조현 종교전문기자

한 젊은 수도사가 평생을 침묵하는 수도원에 들어갔다. 수도원장은 젊은 수도사가 들어 온 지 5년째 되는 날 한마디 정도는 말을 해도 된다고 허락했다. 그러자 수도사는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말했다. “침대가 딱딱해요.” 수도원장은 좋은 침대로 교체해주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10년째 되던 해에 수도원장은 다시 젊은 수도사에게 한마디 정도 말을 해도 된다고 했다. 수도사는 다시 5년 만에 입을 열어 말했다. “음식이 차갑습니다.” 또 5년이 지난 15년째 되던 해에 수도원장은 수도사에게 한마디 하라고 했다. 수도사는 깊이 생각한 끝에 말했다. “수도원 생활이 불편합니다.” 수도원장은 수도사를 바라보며 말을 했다. “당신은 일평생 불평만 하는 사람이군요.”
 불평은 불평을 낳는다. 불평할수록 더 많은 불평거리를 찾아내게 된다. 불평은 하품이나 감기처럼 전염성이 높다. 한 사람이 불평을 시작하면 곁에 있는 사람들도 불평을 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진다. 불평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계속 불평거리가 보이게 된다. 불평은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괴롭게 만든다. 
 미국 아칸소대 심리학과 교수인 제프리 로어는 ‘화가 난다고 해서 불평을 쏟아내는 습관은 마치 밀폐된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뀌는 것과 같습니다. 당장은 시원할지 몰라도 금세 주변 사람들이 괴롭고, 나 자신까지 괴로워집니다’라고 했다. 자신이 통제하거나 개선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는 것은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할 뿐이다. 불평하는 사람이 불평을 하는 주된 이유는 첫째, 비교 의식으로 자기 자신이 더 잘나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즉 잘난 척하기 위해 불평을 하는 것이다. 경쟁심이 불평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그래서 불평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허풍쟁이일 가능성이 높다. 둘째,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불평을 잘한다. 상대적 열등감 때문이다.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감추기 위해 남 탓을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불평이란 자기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기 위한 가면 쓰기에 불과하다. 셋째, 자기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기 위해 불평을 한다. 어떤 경우 불평을 하는 것이 정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 일을 하기 싫은 얄팍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가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하면 그 불평에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 부정적인 사람에게 불평꾼이 모인다. 때로는 누군가와 전화를 하거나 대화를 하는데 그가 불평을 잘 늘어놓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사람에게 불평을 유도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거나 교제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불평은 중독성이 있는 진행성 질병이다. 부정적인 말과 생각은 건설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는다. 이 병을 고치지 않으면 인생을 불행의 늪으로 이끌게 된다. 불평지수가 곧 불행지수이다. 그런데 이 불평이 때로 창조적 에너지를 발휘하게도 한다. 그것은 불평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대안과 개선점을 찾으려고 들 때이다. 머리를 붙잡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대신 문제를 최소화하는 구상이나 행동을 시작할 때이다. 불평거리를 자기중심적으로 보지 않고 사회화하여 대안을 제시할 때이다. 그때 불평은 사회적 개선의 에너지로 승화된다. 불평이 습관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올 때 나는 내 삶의 자리를 돌아보아야 한다. 
 문병하 목사/ 양주 덕정 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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