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께 맡기는 두 가지 원칙
'시간을 정하지 말자, 돈을 구하지 말자'
이 원칙은 사실 저에게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믿음의 길에 선 사람이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유독 제가 망각을 잘하고 자주 흔들리기 때문에 이 원칙을 붙잡고 나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시간과 돈은 영적인 것을 빼면 인간에게 전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인간의 삶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문제를 가지고 하나님과 씨름이라고 해볼 심산인 양 이 원칙을 내세워 저의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마음의 표현입니다.
▲ 천안 단비교회가 교회 20주년을 기념해 <단비교회 이야기>를 출간했다.
마을 주민과 함께 농사짓고, 예배당을 세운 지난 20년의 세월을 담아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우선 돈 문제를 생각해 봅니다.제가 이곳에 왔던 초기에는 그야말로 글자 그대로의 일용할 양식으로 살아야 했습니다. 결혼반지까지도 팔아서 써야 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00년도에 교회의 토지를 급하게 사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1억이 넘는 큰돈이 모아지기도 했습니다.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지만 많은 후원자들의 헌금이 모아져서 우리가 이곳을 떠나지 않아도 되게끔 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예배당을 짓고 있는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 돈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예배당이 100평쯤 되니까 건축비를 평당 200만원으로만 잡아도 2억이 넘는 돈이 필요합니다. 몇 년 동안 나누더라도 매년 수천만 원씩 비용이 충당되어야만 건축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미리 준비된 것이 없음에도 매년 필요한 만큼씩 채워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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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뜻밖의 사건에 저에게 준 충격은 너무나 컸습니다. 건축을 시작해도 좋다는 하나님의 신호로 알아들었음은 물론이고 제 삶이나 건축하는 과정에서 물질에 대한 제 입장을 확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니 하나님께 맡기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이때부터 성전 건축 과정에서 '사람에게 물질을 구하지 말자''하나님께도 구하지 말자'의 원칙이 생겨났습니다. ... 그 뒤로 저는 하나님이 주시는 만큼만 건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리 남아돌게 주시는 법도 없고 그렇다고 물질이 없어서 해야 할 일을 못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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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영 목사는 단비교회를 "흙을 닮은 어머니의 심정에 뿌리내려 꽃 핀 교회"라고 했다.
뉴스앤조이 이용필
'시간을 정하지 말자'는 원칙은 자칫 게으른 사람들의 자기변호가 되기 쉬운 말 같습니다. ... 그러나 빠른 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우는 풍토 속에는 분명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보지 못하는 것은 다름 아니라 하나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하나님은 우리가 속도를 늦춰야만 보이는 분이 아니겠습니까. 숨이 헐떡거리면서 깊은 기도를 할 수 없듯이 인간의 시계만을 바라보며 조급한 심정이 되어 하나님이 움직이시기를 기다리지 못한다면 그 속에서 정작 하나님이 설 자리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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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저 자신을 수련시키는 중요한 도구 중 하나입니다. 조급함은 제가 정말 막아 내기 힘든 적입니다. 무언가를 빨리 이루려는 마음은 제 영혼을 해롭게 하고 평화를 빼앗아 갑니다. 여러 가지 일로 신경 쓰며 시간을 쪼개 쓰고 있는 저에게는 일에 대해여 마음이 늘 앞서 갑니다. 마음먹은 만큼 일이 되지 않으니 언제나 무언가에 쫒기는 사람처럼 불안감에 빠지게 됩니다. 일하고 있는데 불쑥 누군가가 찾아와 시간을 뺏으면 이야기를 나누는 그 시간이 기쁨이 되기는커녕 원망의 시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저는 아침에 일을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를 단단히 마음에 다짐해 두곤 합니다. 하나는 오늘 일할 양을 정하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중간에 다른 일이 생기면 미련 없이 하던 일을 놓겠다는 것입니다. ... 자신이 이룰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는 것이고, 또 그 일이 언제 중단될지 모르는 것이기에 늘 마음을 가볍게 가지고 허락된 것을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단비교회 이야기>(정훈영, 꽃자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