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세리와 죄인들과 먹고, 마시고, 놀았다
» 만찬. 한겨레 자료 사진.
예수님은 세상에서 무시당하고 사는 가난한 사람들과 어떻게 지냈을까요? 성서에는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과 ‘먹고, 마시고, 놀았다’고 나옵니다. 저는 이 구절을 묵상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예수님은 그들과 먹고, 마시고, 놀았다.”
심지어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예수님을 먹보요, 술꾼이라고 비아냥거렸습니다. 그 정도로 예수님은 가난한 사람들과 벗하며먹고, 마시고, 놀았습니다.
텔레비전이나 영화에 자주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친밀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고 우리를 만나 같이 먹고, 마시고, 놀지는 않습니다. 이런 일들은 정말 친한 사이에서나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은 함께 먹고, 마시고, 놀아야 서로 속사정도 알고 깊은 사랑도 쌓을 수 있습니다.
‘먹는 데서 정 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한 식구끼리도 서로 바빠서 얼굴을 맞대고 한솥밥을 먹기 어려운 요즘 시대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말입니다. 자녀들은 학원 다니고 자율학습하며 입시 준비에 정신없고, 맞벌이 부모들은 각자의 스케줄에 바빠 가족이 함께 먹고, 마시고, 놀 시간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시설에 찾아가 봉사를 합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안쓰럽다며 말동무도 되어주고 여러 가지 일을 도와줍니다. 물론 그 자체만으로도 감사하고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장애인들과 함께 먹고, 마시고, 즐겁게 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달랐습니다. 동정심으로 그냥 한두 번 도와주신 게 아니라 그들과 함께 항상 먹고, 마시고, 놀았습니다.
이는 생각만 해도 참 가슴 설레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은 가난한 이들에게 먼저 오셨습니다. 인간으로 오신 예수님의 아버지는 목수였습니다. 그 당시 목수는 하루에 두 끼밖에 먹지 못할 정도로 생활이 궁핍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잣집을 택해서 오실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가난한 이들의 위로가 되시려고 목수집에서 태어나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태어날 때 목동들을 초대했습니다. 삼왕은 자기들 스스로 찾아왔고, 예수님이 초대한 사람은 목동들입니다. 우리는 목동이라는 직업을 굉장히 낭만적으로 생각합니다. 양떼를 몰고 드넓은 들판을 다니며 자연과 벗하는 그들은 여러 문학작품에 단골로 등장합니다. 어린 시절에 읽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별》을 봐도 목동이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중동에 가보면 세상에 제일 더러운 직업 중 하나가 목동입니다. 목동들은 양과 염소에게 풀을 먹이려고 한 번 들판에 나가면 몇 달을 돌아다녀야 합니다. 그 몇 달 동안 씻기는커녕 머리도 못 감고 돌아다닙니다.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옷을 몇 겹씩 껴입어야 하는데, 한 번도 빨아 입을 수가 없습니다.
아기 예수님은 왜 목수의 아들로 오셔서 더럽고 냄새나는 목동들을 첫 손님으로 초대했을까요? 이는 보잘것없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겠다는 뜻입니다. 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셨던 예수님의 행적을 살펴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앞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말하지 못하는 사람, 팔과 다리가 오그라든 사람, 나병으로 고생하는 사람, 하혈하는 여인들과 어울리셨습니다.
루가복음에는 등이 구부러진 여자가 등장하는데, 그 여자를 보신 예수님께서는 마음이 너무 아프셔서 그 여자의 등에 손을 대어 구부러진 등을 바르게 펴주셨습니다. 우리가 시장을 갔을 때 하반신이 없는 분이 고무타이어에 의지해서 껌 통을 밀고 오면, 가능하면 내 쪽으로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예수님은 그렇게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라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하루빨리 답을 찾아야 한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오셔서 3년 동안 누구하고나 먹고, 마시고, 놀았던 일을 가리켜 우리는 예수님이 이 세상에 강생하셨다고 말합니다. ‘강생(降生)’이란 무한하신 하느님께서 유한한 인간세계에 내려오신 것을 의미합니다. 그냥 몸만 오신 게 아니라 삶 자체로 우리 안에 들어오신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와 함께 먹고, 마시고, 놀았으니 우리의 고민이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그토록 힘들어하는지 너무도 잘 아셨습니다.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엄마, 아빠들은 자녀들과 마음을 터놓고 먹고, 마시고, 놀까요? 초등학교 1학년만 되면 짐짝만 한 가방을 메고 이 학원, 저 학원을 돌아다닙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까지 총 12년을 떠돌아다닙니다. 자녀들과 먹고, 마시고, 놀지 못했으니 부모가 그들의 영혼 상태가 어떤지 모르는 것이 당연합니다.
» 양천구 신정동 센트럴플라자. 학생들이 토스트, 김밥등을 먹고 학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그뿐입니까? 심지어 자식을 외국어 연수랍시고 초등학교 때부터 이역만리 유학시키는 부모도 많습니다. 저는 이것은 독배를 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 사랑 속에서 먹고, 마시고, 놀지 못한 자식 중에는 우울증에 걸려 신음하고, 심지어 마약까지 손을 대고 사고치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 교도소 생활을 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나중에 행복하기 위해 자식을 사지로 보내는 부모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십시오. 영혼이 망가질 대로 망가져 돌아온 20대, 30대 자식을 제게 데려와 뒤늦게 고쳐달라는 부모님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파 말을 잇기가 어렵습니다.
미국 초등학교 아이들은 하루 평균 3시간 정도 공부를 하는데, 나머지 시간은 그저 먹고, 놀기에 열중합니다. 유럽 아이들도 마찬가지여서 열심히 놀고, 마음껏 먹고, 가족과 웃고 떠들며 지내는데 학교 성적은 온통 공부만 하는 우리나라 아이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즐겁게 노는 일이 진짜 삶이라는 사실을 마치 의무교육처럼 가르쳐야 합니다. 사람들이 왜 힘들게 돈을 법니까? 바로 제대로 먹고, 제대로 마시고, 제대로 놀기 위해서입니다. 평생 돈 버는 데 바빠서 먹지 않고, 마시지 않고, 놀지 않은 사람은 ‘내가 세상에 왜 왔지? 지금까지 뭘 하고 산 거지?’ 하며 마지막에 후회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이 먹고, 마시고, 노는 일을 귀하게 여겼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어린 자녀가 온전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임을 알아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로 가득한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상상하면 마음이 뿌듯해집니다. 우리나라의 진정한 국력은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