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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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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와 망상이라는 도둑놈 알아내는 유일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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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 끝까지 백지가 되면 나는 없어지고 참나 보여
  나는 손가락 태웠지만 불뚝 신심이라 남은 말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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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손가락을 태운다면 말릴 것입니다.”
 혜국 스님의 오른손 손가락 세 개는 끝마디가 없다. 뭉툭하다. 21살 때 출가해서 수행하면서 손가락을 스스로 태웠다. 온갖 욕망과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태웠다고 했다. 17일 대구 동화사 대불전에서 열린 제2회 간화선 대법회(집행위원장 각산 스님) 법문에서 혜국 스님은 “내가 비록 손가락을 불태웠지만 내 상좌들이 하겠다면 막는다”며 “그런 노력을 지니고 수행하라. 깨달음이란 온 인생을 바쳐서 해야 하는데 고작 손가락 몇개 태워서 얻는 것이라면 차라리 쉽지 않겠냐”고 했다. 혜국 스님은 그 시절 비록 출가했지만 시장에 물건을 사러가서 여인네만 보면 마음이 흔들렸다고 했다. 스님은 손가락을 태울 당시의 신심은 ‘불뚝 신심’이라고 표현했다. 수행을 하는 길은 그런 ‘욱’하는 불뚝 신심이 아니라 평생을 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것이 올바른 수행의 길이라는 것이다.
 혜국 스님은 한국 불교의 대표적 선승으로 해인사에서 일타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젊은 시절 해인사에서 10만 배 정진을 마친 뒤 해인사 장경각에서 오른손 세 손가락을 불태워 견성성불(見性成佛)의 결연한 뜻을 세운 일화로 유명하다.
 혜국 스님은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큰 일은 생사윤회에서 벗어나는 일인데, 대부분 사람들은 참나를 깨닫지 못하고 화난 감정의 노예가 되고, 슬픔에 사로잡혀 귀한 인생을 보낸다“며 “번뇌와 고민을 비워내고 백지 상태로 돌아가면 참된 나를 발견하는 기쁨의 시간이 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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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혜국 스님은 “그런 참나를 발견하는 최고의 방법은 화두를 잡고 참선하는 간화선이 유일한 방법”이라며 “간화선이 어렵다고 회피하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말했다.
 또 스님은 “일제 36년 동안 일본이 간화선 전통의 한국불교를 대처승이 이끄는 일본식 불교로 바꾸어, 해방 이후 성철 스님 같은 선승들이 수행의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을 했다”면서 “하루 5분씩이라도 생활 속에서 참선을 하면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혜국 스님은 “내 그릇 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를 보려면 마음의 샘물이 고요히 가라앉아야 하는데, 마음에 흙탕물이 일면 망상과 번뇌가 보이지 않는다”며 “마음을 살피기 위해서는 참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화두 하나를 붙잡고 앉아있으면 바깥으로 치닫던 마음이 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번뇌와 망상이 보이게 된다”며 “이 ‘도둑놈’(번뇌와 망상)을 알아내는 데는 화두 참선만한 게 없다”고 소개했다.  스님은 “간화선 수행은 내 마음을 백지로 돌리는 방법”이라며 “머리끝까지 백지가 되면 나는 없어지고 화두가 되어 버린다”고 강조했다.
  이번 간화선 대법회는 수행의 가치를 깨닫게 하고 한국 불교의 전통적 수행법인 간화선의 중흥을 위해 마련된 법석(法席)으로, 이날 법회에는 사부대중 1600여 명이 모여 혜국 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야단법석(野壇法席)은 ‘야외에 세운 단에 불법을 듣는 자리“라는 불교 용어에서 나온 말로, 석가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했을 때, 사람이 많이 모여 질서가 없이 시끌벅쩍하고 질서가 없었다는 데에서 유래한 말이다. 21일까지 펼쳐지는 대법회에는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해  무여·혜국·함주·지환·현기·대원 스님 등 대선사 7명이 법문을 한다.
  대구/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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