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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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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맡긴 새처럼 호흡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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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수행승이 호흡명상을 수행하다가 어느 날 호흡이 사라졌다. 스승은 “코끝에 마음을 두고 가만히 기다리면 호흡이 나타날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제자는 수행에 진전이 없어 다른 스승을 찾았다. 그 스승은 대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마라! 무호흡 상태는 신의 영역이다. 그 어떤 인위적인 마음도 있어서는 안 된다. 단지 ‘아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호흡명상의 세계는 오묘하다. “호흡아 너 알아서 해!” 하고 그냥 두게 되면 저절로 신비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내 몸이 어디 갔지? 나도 사라지고 주위도 사라진다. 억제할 수 없는 행복감의 절정을 체험하게 된다. 호흡관찰은 산란한 정신을 고도의 정신 집중 세계로 이끈다. 호흡은 감각의 대상이 아니고 마음의 대상이다. 그냥 숨 쉬고 있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아차리는 ‘아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호흡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현상이 일어날 경우 ‘입 앞이나 입술 위에서 숨을 쉰다 생각하고, 그 숨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 

 호흡에 집중을 잘하려고 하면 도리어 호흡이 막힌다. 호흡을 구경꾼처럼 수동적으로 지켜볼 뿐, 숨은 저절로 쉬게 두어야 한다. 20~30분 연속적으로 숨에 집중할 수 있다면 당신의 집중력은 상당히 좋다고 할 수 있다. 들숨과 날숨의 시작과 중간과 끝으로 이어지는 숨의 전체를 놓치지 않음으로써 호흡명상의 내공은 깊어졌다. 호흡만족이 일어나면 허공과 하나가 된 부드럽고 ‘감미로운 호흡’ 단계에 진입하고, 마음의 눈을 통해 보름달 같은 형상이나 아름다운 환상적 빛을 체험하게 된다. 수행의 완숙단계에 들어섰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사통팔달, 다 뚫린 시원한 오장육부의 호흡, 허공의 공기 통로에서 숨 쉬는 것같이 우주와 한 몸이 된 호흡은 우리의 관념으로 축적된 주관적 에고의 의식을 완전히 정화시킨 순백의 마음상태로 되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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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흡명상은 선정을 얻게 한다. 선정은 인식의 작동이 완전히 멈춰지고, 오직 ‘아는 자’, ‘아는 마음’만 남게 된다. 우리의 의지는 전혀 개입될 수 없고, 행복과 평온의 극치 외에 모든 통제력은 상실된다. 선정은 장시간 지속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선정삼매는 우리 인생에서 최고로 심오한 무위(작위적이고 인위적 마음의 없는 세계)로, 육신을 가진 채로 육신 없는 세계로, 오로지 순백한 이기적인 마음이 없는 행복감 속으로 이끌어간다. 지상 최고의 절대적 기쁨과 지고지순의 무한한 행복감, 그리고 절대평온의 고요함을 경험하게 되면서 육체적, 정신적, 언어적, 이기적 형성과 에고는 소멸하게 된다.

 그러나 말하는 것이나 듣는 것만으로는 견고한 이 길을 쫓아갈 수 없다. 명상을 생활화하고, 마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이 뭐꼬?’ 하고 살펴보자. 마음을 보지 않는 명상은 흙탕물이 잠시 가라앉아 잠시 맑을 뿐이다. 또다시 무명초가 자라나게 한다. 호흡관찰로 선정을 얻으면 마음관찰을 하자. 마음관찰의 최고는 간화선이다. 간화선법 중에 ‘이 뭐꼬’ 화두법은 붓다의 정통수행법인 사념처 수행을 발전시킨 한국 불교의 전통수행법이다. ‘이 뭐꼬?’ 화두란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을 보게 만드는, 참된 나를 만나게 하는 마음수행이다. 일상의 어느 때나 앎은 존재한다. 호흡을 통해서 앎을 놓치지 않으면 일상에 물들지 않고 객관화할 수 있는 관찰적 자아를 만나게 된다. 마치 하늘을 높이 나는 새가 기류를 만나면 날갯짓하지 않고 그냥 기류의 흐름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듯 화두 몰입이 되면 이때부터 깨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시공의 개념을 초월해 있기 때문이다. 이 화두 몰입이 눈뜰 때부터 이어져 잠들 때까지 자나 깨나 순일하게 일주일만 이어지면, 홀연히 확철대오한다. 만약 일주일에 깨치지 못하면 늦어도 삼칠일(21일) 이내에는 대오각성하게 된다. 이 체험은 존재하는 모든 것에 나라고 느끼고 생각했던 존재는 실체가 없었음을 몸으로 확연히 깨닫는 체험일 것이다. 의식도 맑아져 온 사물의 이치가 훤하고 삼라만상의 진리가 그냥 꿰뚫어지게 된다. 동서고금의 어떤 철학도 그냥 통달한다. 모든 진리는 하나로 통하기 때문이다. 일상에서 구름을 타고 있는 듯한 환희가 온종일 일어난다. 그 무엇에도 물들지 않은 자기를 보게 된다.

 각산 스님(참불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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