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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요리'에 담은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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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요리’에 담은 소원
[플루티스트 용서해 셰프의 요리 산책 - 1]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용서해  |  editor@catholicnews.co.kr 
 2013.07.17 


안녕하세요? 지난 3월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삶의 마지막 축제>의 저자로 소개된 적이 있는 ‘플루티스트 용서해 셰프’입니다. 이렇게 제 소개를 하는 이유는 음악가에서 요리사가 된 제 모습을 표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삶의 마지막 축제>가 과거 서울시향에서 플루티스트로 활동할 때 호스피스 센터에서 음악 봉사자로 일하면서 만난 암 환자들 이야기에서부터, 암 환자 가족 후원을 위한 ‘사랑의 테이블’ 이야기, 또 ‘삶의 마지막 축제’에 초대돼 지상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나누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었다면, 두 번째 책은 호스피스 요리사로서 몸과 마음의 치유에 도움이 되는 요리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숲속 산책길 어느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들로 만든 요리 이야기를 숲에서 배운 자연스런 삶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내려고 합니다. 그 요리 이야기들을 이 지면에서 책에 앞서 여러분과 조금이나마 나눠볼까 해요.

<삶의 마지막 축제>에도 썼듯이 호스피스 센터에서 만난 ‘그분들’과의 인연은 내 삶을 통째로 바꿔버렸습니다. 플루트 연주자로서 저의 재능이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잖이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저는 호스피스 음악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암 환자들이 먹는 문제로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음식을 만들어야겠다 싶어 본격적으로 요리 공부를 한 뒤 지금은 이른바 ‘호스피스 요리사’로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언제나 음악가임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 소개를 할 때는 ‘플루티스트 용서해 셰프’라고 말합니다.

‘용서해’란 이름은 호스피스 요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요리 학교를 졸업할 무렵, 한 농부 목사님이 저에게 선물로 지어준 이름입니다. 제가 지향하는 요리가 어떤 것인지 아신 목사님은 “땅에게 말하는 용서! 그러니까 ‘용서를 해준다’가 아니라 땅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의미로 요리하시길 바랍니다” 하면서 그 이름을 지어주셨지요. 그러면서 호스피스 요리사의 길을 잘 가도록 용기를 북돋워주셨습니다. “사람들이 이 땅을 참 못살게 굴었지요? 용서해 씨가 앞으로 우리 땅의 먹을거리로 아픈 이들을 위한 요리를 하고, 사람들이 그 음식을 먹을 때 자연에게 감사하고 용서를 구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라면서요.

제가 만드는 호스피스 요리는 건강한 식재료를 쓰는 것에, 그래서 내 몸만 건강해지는 것에 국한된 요리가 아닙니다. 음식을 통해 마음까지 치유되기를, 즉 자연에서 사랑과 용서, 감사, 화해, 평화를 배우고 느끼고 또 실천할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까지 접시에 담아내는 것이랍니다. 호스피스 요리라고 해서 꼭 아픈 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에요. 제가 생각하는 호스피스 요리는 자연을 닮은 음식인데, 평소 자연을 닮은 건강한 음식으로 우리 몸을 잘 챙기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니까요. <삶의 마지막 축제>에도 썼지만, “자연 속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안식을 얻고 진정한 치유에 이르듯이, 자연을 닮은 음식이라면 몸만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치유하고 평화를 선물할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용서해1.jpg     
ⓒ용서해 


구름이 머물다 가는 1,100고지의 숲에서

전기도 없는 산속에 살면서 인터넷 신문에 요리와 관련한 글을 써 연재하기로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다행히 태양열로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되고 이동통신 전화를 이용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해져 도시와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지요.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전자파로 인해서 혹시나 피해 입을 수 있는 작은 생명들이 숲에 살고 있기에 휴대폰 사용도 아침저녁으로 메일만 확인할 정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숲에 들어오면서 전기와 수도의 편리함, 적어도 이 두 가지 문명은 숲에 끌어들이지 않기로 했습니다. 또 믹서 대신 돌절구와 맷돌을 쓰고, 냉장고 대신 장시간 실온 보관이 가능한 발효 음식과 항아리를 활용하고, 숲에서 나오는 잔가지들을 불쏘시개로 쓰고, 무쇠 솥을 사용하고요. 그러고 보니 수도요금과 전기요금, 도시가스비 고지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 사용료를 내기 위해 돈을 벌지 않아도 된 거죠. 더구나 무쇠 솥을 화덕에 걸고 밥을 지으면 숭늉이 구수하기 그지없습니다. 숲의 살아있는 나무는 우리에게 산소를 내주고, 천연 땔감에서 나오는 연기는 오염 물질이 전혀 없이 나무에 필요한 탄소만을 내줍니다. 더구나 이 연기에 포함된 성분들은 숲속 나무들에게 필요한 영양소로 변한다고 해요.

옛말에 “내가 싼 똥 3년 안 먹으면 똥 병이 든다”는 말이 있어요. 우리가 자연의 방식으로 자란 농산물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꼭 건강을 위해서만이 아닙니다. 오염되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 좋은 것을 배설하고 그 배설물이 다시 땅에 뿌려져 건강한 작물을 키워낸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곳에서도 잿간을 이용, 배설물을 발효시켜서 땅으로 되돌리는 순환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골에서 유기농이다, 친환경이다 하고 농사를 지어도 도로 주변의 나무에 소독약을 뿌리거나 다른 밭에서 제초제를 뿌리면 올바른 먹을거리를 생각하는 농부는 좌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아랫마을의 한 어르신 내외가 몸이 아픈 아들을 위해 곰취를 밭에 심었다가 옆 땅에서 제초제를 뿌려 날아오는 바람에 농사를 망치고, 결국은 약 안 뿌리고 재배한 곰취를 돈을 들여 사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는 환경운동가도, 자연주의자도, 채식주의자도 아닙니다. 다만 진실한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만들어 건강을 잃은 누군가가 먹고 몸과 마음이 조금이라도 치유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잘 먹고 잘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옛날의 슬기로운 우리 선조들이 했던 대로, 자연의 순환 이치를 받아들이고 사는 방법밖에 없지 않을까요?

자연의 방식으로 만드는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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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 

호스피스 요리를 하기 위해 들어간 이탈리아 및 프랑스 요리 학교에서 배운 것은 냉장고가 없던 시절 그런 나라들의 발효 음식과 장 · 단기간 보관이 가능한 옛 요리법들이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직 된장, 고추장, 간장, 젓갈류들이 맥을 이어가고 있지요. 그러나 가가호호 직접 만들어 먹던 발효 감자전분이 언젠가 사라질 듯해 안타까움이 들기도 합니다. 발효 음식들은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걸려서 만들어야 몸에 좋은 균들이 번식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이 바로 자연의 순환 방식을 어기지 않고 만드는 요리법입니다. 여기에 깨끗하고 미네랄이 풍부한 물과 공기가 당연히 필요하고요. 앞으로 ‘요리 산책’에 소개될 호스피스 요리들은 이렇게 자연 순환의 철학이 담긴 요리, 곧 야생 혹은 자연의 방식으로 재배된 식재료로 만드는 요리가 될 것입니다.

아울러 자연에서 얻은 저의 경험과 배움을 나누며 우리의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해 가면 좋을지 하는 소통도 나눠지길 바랍니다. 흔히들 아이들이 이 땅의 미래라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아이들의 미래입니다. 우리에게 이 땅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의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소비자의 의식이 변하지 않을 때 아이들에게 미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그러면 호스피스 요리로 제가 무엇을 나누고 싶어 하는지를 담은 <삶의 마지막 축제>의 한 구절을 옮기며 첫 번째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들에 귀 기울이면서 나는 생각해 본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가장 맛있는 음식은 그가 누구든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며 먹는 음식이지 않을까? 나누며 먹는 음식에 사랑이 담겨 있다면 그 맛은 더할 나위가 없을 테고! 만약 함께 음식을 나누는 이가 몸이나 마음이 아픈 사람이라면 그 음식은 치유의 힘이 되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있는 사람에게는 화해와 안식의 음식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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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해
교향악단에서 24년간 활동한 플루티스트. 호스피스 센터에서 말기 암 환자들을 위한 음악 봉사를 했고, 이들이 먹는 문제로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호스피스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어 요리 공부를 시작했다. 이후 환자와 가족들을 초대해 함께 음식을 먹고 이야기 나누며 삶의 마지막 순간을 용서와 화해, 평화 속에 보낼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이야기를 담은 저서로 <삶의 마지막 축제>(샨티, 2012)가 있다.


*이 글은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에 실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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