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별가족 프로그램 ‘샘터’를 진행하다 보면 그들은 안 먹고, 예쁜 옷 안 입고, 웃으면 안 되고, 행복하면 죄스럽고 놀러다니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본인들도 모르는 사이 고인을 위한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고인에 대해 살아남은 자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같이 느끼기도 한다.
샘터 모임에 오신 40대 중반의 아저씨는 모임에 오면 현관에서부터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레퍼토리는 늘 똑같다. ‘짬뽕 한 그릇 먹여 보냈어야 하는데…’를 반복하신다. 집에서 아내가 임종하는 날까지 정성껏 보살피신 분인데 아내가 짬뽕 한 그릇만 사 달라고 조를 때마다 ‘밀가루 음식은 암에 안 좋아. 내가 밥해줄게’, ‘비도 오고 날도 추운데 나갔다가 감기 걸리면 어떡해’, ‘부모님도 계신데 우리끼리 어떻게 외식을 해’ 하면서 거절했는데 아내가 떠나고 나니 그게 가장 마음에 걸린다고 늘 땅을 치며 우시는 것이다. 이 아저씨는 아내가 떠난 후 짬뽕은 물론이고 외식하는 것은 상상도 못 하신다.
남편이 돌아가신 후 한겨울에도 방에 불을 안 피우고 온갖 이불을 뒤집어쓰고 주무시는 할머니가 계셨다. 자녀들이 걱정이 되어 ‘불 좀 펑펑 때세요. 전기세 걱정 마세요’라고 해도 할머니는 ‘니 아버지는 저 추운 냉동 땅에 누워 있는데 내가 어떻게 구들에 불을 펑펑 때느냐’며 도리어 자녀들을 혼내셨다.
40여일을 금식을 하다가 떠나간 아들을 생각하면서 ‘아들이 굶어 죽었는데 에미가 어떻게 꾸역꾸역 밥숟갈을 밀어 넣느냐’ 하면서 굶다가 몸무게가 17㎏ 줄어들어 휘청거리면서 모임을 오시는 어머니도 계셨다.
그런데 정말 떠나간 이들은 남아 있는 이들이 이렇게 살기를 바랄까? 샘터 모임이 중반쯤 들어선 5~6주쯤 되면 떠나간 이들이 남겨진 이들에게 하는 이야기들을 듣는 시간을 갖는다. 빈 의자 기법이나 미러링 기법, 드라마 테라피를 통해 이 작업을 하고 나서 내가 이분들에게 고인이 외식하지 말고, 불 때지 말고, 밥 먹지 말라고 하더냐고 질문을 하면 그들은 펄쩍 뛴다. ‘수녀님, 아내가 떠나면서 마지막 말이 ‘당신 내 생각 말고 재혼해도 된다’고까지 말했는데 그깟 짬뽕 하나 제가 먹는다고 뭐라 그러지 않죠’, ‘수녀님, 우리 영감이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옛날 사람 같지 않게 저를 동네 창피하게 업고 다닌 사람이여’, ‘우리 아들이 얼마나 효자였는데요. 밤늦게 올 때도 꼭 피자나 통닭을 사 와서 같이 먹자던 놈이여’.
이렇게 이들은 정말 고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얻고는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한다. 사별의 슬픔과 고통은 한꺼번에 모두 털어내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조금씩 덜어내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