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픽사베이.어머니의 승천
성모승천대축일에
우리 집안은 모두 가톨릭이지만 음력으로 제사를 모십니다. 저의 어머니께서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은지 그저께로 1주기를 맞았습니다. 다시한번 어머님의 선종을 맞아 기도와 조문의 위로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예를 올립니다.
어머님은 열여덟에 박씨 집안으로 시집 오서셔 서른여덟에 5남매를 낳고 아버님께서 돌아가셔서 홀로 되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남기고 가신 빚잔치와 50년 동안 자식들을 기르시고 집안을 지키셨습니다. 행상과 파출부와 고속버스 청소부.... 온갖 일을 다하셨고 둘째 아들이 노동운동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는 등 남다른 인고의 세월을 사셨습니다. 어머님은 생전에도 시신을 화장하는 것을 싫어하셨었고 포천 천보묘원의 아버지 곁에 합장되셨습니다.
“이제 나의 종은 할 일을 다 하였으니 높이높이 솟아오르리라.”
‘내가 세상에 강생시켜 보낸 종은 할 일을 기꺼이 다하고 누웠으니,
내 품에 안으리라.’
성모님께서도 우리 어머니께서도 하느님의 사랑받고 마음에 드는 삶을 살았으니 순종한 모든 이들과 함께 하늘로 들어 올림 받으시어 이제 하늘에 계심을 믿습니다.
예수님은 무덤에 안계시고 십자가와 성체성사로 우리와 함께 계십니다.
성모님은 무덤에 안계시고 예수님의 제자들과 함께 계십니다.
어머님은 무덤에 안계시고 저의 기억과 함께 계십니다.
예수님 성모님 어머님은 하늘이 되셨으니
이제는 푸른 하늘이시고 흰 구름이시고 석양이시며 은하수이십니다.
어머니는 천인결사이시고 남한강이시며 산위의 마을이십니다.
연립주택 창문이시고 나무지팡이이시고 성당이시고 동네 할인마트 이시고
갈치 서대 양태 건어물이시고 외발꽃게간장 밥상이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