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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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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어우러져 살면 쓸모없는 사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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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방의북소리.jpg
    ① 경남 합천 오두막공동체

종교1.jpg» 오두막공동체 마을의 ‘막장’(이장)이라는 이재영 장로와 최영희 권사 부부가 ‘느리게 지은 예배당’ 앞에서 대화 중 파안대소하고 있다.

이재영 장로·최영희 권사 부부
부산 달동네서 출소자들 돌보다
 
알코올중독자, 지적장애인 등도 모아 
30여명 ‘따로인 듯, 함께인 듯’ 공동체 
 
혼자선 제 한 몸 건사도 버겁지만
끼리는 문제점 상쇄되고 말썽 줄어
 
정부 예산도 큰 후원도 없어도
적게 쓰고 주워 쓰고 느릿느릿
 
“밀식사육 닭이 병들 수밖에 없듯
사람도 고효율만 추구하면 병나
 
도시교회 교인 ‘밀식사육’ 말고
시골 농촌으로 출애굽 시켜야”
 
억지로 바꾸려 하면 결국 제자리
‘이 모습 이대로 함께 성전 이루는 삶’  

마르틴 루터는 1517년 10월31일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기존 교회에 정면으로 맞서는 ‘95개조의 의견서’를 교회에 붙였다. 그 500돌맞이 행사와 성지순례가 많다. 그러나 루터가 질타한 본질적 부패는 그 잔치 속에 묻혀 더욱 심해진다.

혁명은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시작된다던가. 신자가 많고, 돈이 넘치고, 힘이 있는 대형교회나 연합기관이 아닌, 보잘것없고 힘없는 이들이 궁벽한 벽촌에서 혁명적 삶을 시작했다. 그야말로 맘몬과 욕망의 홍수에 쓸려 내려간 세상의 방주다. 루터는 젊은 날 ‘내일 지구의 멸망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일기장에 썼다. 오늘 묵묵히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교회공동체를 차례로 찾는다.

아침예배_1.jpg» 경남 합천 오두막공동체와 이재영 장로가 아침 예배를 드리고 있다.
 
가장 느린 사람 속도와 눈높이 맞춰

지난 18일 경남 합천군 쌍백면 하신리 오두막골을 찾았다. 형제봉 아래 2킬로미터의 좁은 골짜기에 ‘오두막’들이 있다. 출소자, 알코올 중독자, 지적장애인, 그들의 보호자 등 30여명이 ‘따로인 듯, 함께인 듯’ 살아가는 희한한 공동체다. 정부 예산을 지원받는 것도 아니고, 큰 교회나 부자 후원자에게 의존하지도 않은 채 경제적으로 무력한 사람들이 대다수인 오두막공동체는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종교2.jpg» 아침예배 뒤 식사를 함께 하고 있는 오두막공동체 사람들. 오두막공동체를 이끄는 이재영(67) 장로와 최영희(64) 권사 부부는 이 ‘먹고사니즘’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예나 지금이나 가진 게 없긴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외부의 형제들이나 이미 장성한 네 자녀의 도움을 적지 않게 받긴 하지만 남 보란 듯 살아보려고 돈벌이와 고효율에 목매는 삶은 접었다. 고효율에 매달린다고 해봤자 이곳에서 효율성 높게 일을 해낼 수 있는 사람도 별로 없다. 제 한 몸 건사하기도 버거운 이들이 다수다. 따라서 우선은 적게 쓰는 게 중요하다. 이곳에서 쓰는 물품의 대부분은 주워 온 것들이다. 따라서 농사일을 할 때도, 집을 지을 때도 ‘성급함’은 금물이다.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에 맞추는 게 불문율이다.

오두막골_1.JPG» 경남 합천 오두막골.오두막골을 중간쯤 오르다 보면 매일 아침 7시20분 예배를 보는 집이 있다. ‘오두막’ 식구들은 50평짜리 이 황토 너와집을 짓는 데 7년이 걸렸다. 터 닦는 데만 5년, 집 짓는 데 2년이 걸렸다.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와 눈높이에 맞춰 짓다 보니 그랬다. 그것만이 아니다. 최소한 2억원을 들여야 할 이 집을 이들은 2천만원에 지었다. 대부분의 건축자재는 주워 오거나 얻어 왔다.
화해일치집_1.jpg» 경남 합천 오두막공동체의 '화해와 일치의 집'

“왜 속 뒤집어지는 일 없겠냐만…”

하신리 마을에 지난 1월부터 짓고 있는 행정관 2층 건물도 돈 안 들이기는 마찬가지다. 행정관 가운데 먼저 지어 사용중인 식당 바닥의 타일 문양이 제각각이다. 멋을 내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한 게 아니라 이곳저곳에서 주워 모으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모자이크가 더 멋스럽다.
타이루_1.jpg» 경남 합천 오두막공동체 마을의 식당 타일.“깨진 유리 조각 한 주먹으로 모자이크를 만들면 훌륭한 작품이 된다. 그런데 거기서 유리 파편 한두 개를 빼내버리면 작품이 망가져버린다. 함께 어우러지면 쓸모없는 파편은 없다. 세상 사람들은 무능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으면 유능한 사람들이 던져주는 거나 얻어먹는 부스러기 같은 존재로 봐 비참하게 만들지만 어떤 조각도 빼내지 않고 조화롭게 하나가 된 게 그리스도의 몸이다.”

이재영 장로의 말에서, 골칫덩어리로 취급될 수 있는 이들이 이곳에선 행복하게 살아가는 이유가 보이기 시작한다. 5년 전 이곳에 온 정동장애인 전용기(44)씨는 식사 후 즐겁게 설거지를 하면서 아내를 향해 해맑게 웃었다. 그는 이곳에서 비슷한 증세의 아내를 만나 결혼해 알콩달콩 살고 있다. 경계성 기능장애를 가진 아들과 함께 들어온 화가가 운영하는 산골 카페 한편에선 심신미약자들로 ‘독수리 5형제’라고 불리는 이들이 ‘이번 주말엔 영화를 보러 갈까, 목욕을 하러 갈까, 등산을 갈까’ 하며 자못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독수리형제_1.JPG» 오두막공동체 마을의 ‘독수리 5형제’카페 옆엔 ‘의사선생님’의 거처가 있다. 뇌 이상이 생겨 자살할 곳을 찾아다니다 이곳에 정착한 중년 의사선생님도 ‘오두막’이 아니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들꽃카페_1.JPG» 오두막공동체 마을의 카페.
최영희 권사는 “여러 사람이 사는데 왜 속 뒤집어지는 일이 없겠느냐”며 웃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장로님(남편)이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이 바로 예수님이다. 사람들이 미워하며 십자가에 못박아 죽인 게 예수님 아니냐’고 하는 바람에 참고 참다 보니 우리 식구들이 자신도 모르게 내공이 생긴 것을 느낀다.”
 
정 술 먹고 싶어 하면 내버려둬
식사1_1.JPG» 오두막공동체 마을 ‘화해와 일치의 집’의 식사시간.
번갈아 저녁을 준비해 함께 먹는 공동식사에서 달걀부침이 별미다. 밖에선 말썽이지만 오두막 사람들처럼 자연과 벗하며 자란 닭들이 낳은 달걀은 안전하다.
“밀식사육하는 닭이 병들 수밖에 없듯이 사람도 좁은 구조 안에서 부대끼며 고효율만 추구하는 기계처럼 살면 병나게 되어 있다. 우리 공동체 식구들이 만약 도시에서 산다면 정상 생활이 가능하겠는가.”
이 장로는 1983년 부산에서 출판사를 하던 때 교도소에 보낸 전도지를 보고 온 출소자들을 달동네에서 돌보며 공동체살이를 시작했다. 말썽 많은 그들을 돌보며 ‘언젠가는 변하겠지’ 했지만 1년이 가도, 10년이 가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11년 전 이곳에 들어와 다양한 사람들이 어울려 살았다. 그러자 다른 부류의 사람들과 서로의 문제점이 상쇄되고 보완되면서 말썽이 현저히 줄었다. ‘오두막’은 여러 가구가 한집에서 살지 않고, 적어도 부부싸움이 안 들릴 정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게 한다. 구조가 삶의 안식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장로는 도시 교회들이 에녹성, 즉 ‘자기만의 아성’을 구축해 교인들을 ‘밀식사육’하려 들지 말고 출애굽을 시켜 ‘넉넉한 구조’인 시골 교회로, 농촌으로 내보내거나, 플랫폼 구실을 해줄 것을 권한다.
그는 이제 사람을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지도 않는다. 알코올중독자가 정 술을 먹고 싶어 하면 먹으라고 내버려둔다. 억지로 변화시키려 하면 강제성이 해소된 후 원래로 돌아가는 것을 수없이 보았기 때문이다. 예배당 앞 글귀가 ‘오두막’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말해준다.
‘이 모습 이대로 함께 성전을 이루는 삶’

이재영장로_1.JPG» 오두막공동체 마을의 ‘막장’(이장)이라는 이재영 장로..종치기_1.jpg» 경남 합천 오두막공동체 '화해와 일치의 집'에서 신자가 종을 울리고 있다. 합천(경남)/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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