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문헌들은 마음 혹은 거친 의식부터 미세한 의식까지 의식의 다양한 법주를 소개하고 있다. 가장 거친 수준의 의식은 시각, 후각, 청각, 미각 그리고 촉각 등의 감각기관과 연관되어 있는 의식이다. 그보다 미세한 의식은 심의식 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 또는 생각하는 마음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그 자체가 일반적인 생각 같은 거친 의식부터 깊은 잠 속의 의식과 숨이 멈춘 채로 기절한 상태의 의식 같은 가장 심오하고 가장 미세한 청명한 빛의 마음까지 걸쳐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자면 비록 거친 의식들은 그 시작과 끝이 있지만, 미세한 마음에는 시작도 끝도 없다. 미세한 마음은 시작도 끝도 없이 끊임없이 항상 거기 있으며, 따라서 업의 인연과 결과 역시 그 시작이 없다. 아주 특별한 명상의 상태를 제외하고는 이 가장 미세하고 가장 깊은 의식은 오직 우리가 죽을 때 드러난다.
그러나 이번 생과 아직 덜 단절된 상태의 청명한 빛의 마음은 아주 짧은 순간 드러나기도 하는데, 그것은 잠에 들기 일보 직전이나, 꿈에서 막 빠져나올 때, 재채기나 하품을 할 때 그리고 성적 희열을 느낄 때이다.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청명한 빛의 마음이 드러나면, 우리 삶에서 헛되이 늘어나기만 하는 망상이 모두 청명한 빛의 마음속으로 사그라진다.
<달라이라마, 명상을 말하다>(달라이 라마 지음, 제프리 홉킨스 편역, 이종복 옮김, 담앤북스 펴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