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인문학 공부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것이다. 습관의 골짜기를 벗어나 처음으로 다른 세계를 보면, 기존의 관념을 더 이상 지속할 수는 없다. 휴심여행도 이를 위한 것이다.
구랍 21~31일 인도 여행을 다녀온 이들도 이런 체험을 통해 변화를 고백하고 있다. 인도를 다녀온 지 한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행의 감동과 향기를 만끽하며 지난 27일 뒷풀이를 위해 모였다.
용산 이태원 경리단길 조인성카페 옆에 멋진 집 어반 빈야드에서였다.. 남산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곳에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 클럽까지 갖춘 집이었다.
» 경리단길 어반빈야드의 송점종 이복희 대표 부부
그 집 주인장 송점종-이복희 부부는 토종 티케이이다. 남편은 대우그룹 임원 출신으로, 우리자산관리주식회사와 우리이스테이트, 우리F&C 대표이사 회장이다.
그러면 이 부부가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얼마나 보수적일까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분들은 한겨레 창간 이후 한겨레를 봐온 애독자다. 또 한겨레에서 하는 테마여행에 함께하는 단골이기도하다.
친구들뿐이니라 주변사람들이 한결같이 보수적인데, 진보적으로 살아온, 원앙 부부의 스토리를 들었다. 한분이 송회장님께 어떻게 저리 참한 미인을 얻었냐고 물었다. 송점종 샘은 박정희 시절 경북대 법대 학생회장이었는데, 시위하다가 긴급조치1호로 수배돼 안동으로 도망갔다. 그곳에서 고등학교 교사를 하고있던 이복희 샘이 자취방에 수배학생을 숨겨줬다는 것이다.
어반빈야드에 한겨레 휴심여행으로 조정래 작가랑 함께 인도여행을 했던 분들을 함께 간 이복희 샘이 모두 초청한 것이다. 조정래 선생님은 못오셨지만, 20~30분이 뒷풀이에 참석해 인도, 그 깨달음 여행의 감동을 재확인했다.
» 구랍 21~31일 인도 휴심여행 참가자들이 붓다가 최초로 설법을 한 사슴동산에서 명상을 하고 있따.
한분 한분 그 감동과 깨달음을 체화하기 위해 휴심정에 들어와 매일 글을 읽고, 성찰하고, 김옥자 선생님은 제 졸저를 시리즈로 읽고있다고 했다. 송태호 선생님이나 남정구 교수님 등 <사자의서>나 <깨달음의 재발견>, <인도철학사> 같은 책들을 읽고있다는 분들이 적지않았다.
옆에 앉았던 남 교수님, 김홍기 선생님도 인도여행 그 전과 그후가 다르다고했다. 4남매를 키우면서도 수행을 해온 미야선생님도 인도여행을 통해 삶에서 최후까지 붙들려있던 원증회고를 풀었다고 했다. 자매끼리 온 이화정 은정 자매는 환해진 얼굴로 시종일관 분위기 업 시켰다.
전라도 순천 장권익 선생님은 참석 못한다고 벌교참꼬막을 보냈고, 김옥자 선생님은 부산에서까지 과메기를 가지고오셔 식탁이 더욱 풍성해졌다. 정장훈 오경자 선생님 부부는 몸살감기가 왔는데, 강추위인데도 참가해 고급만년필을 가져와 참가자 모두에게 하나씩 선물했다. 서초동에서 영어학원을 하는 송기수 선생님은 분단의 슬픈가족사를 고백하고, 포천 쪽박소펜션 박택현 대표는 가장 연장자임에도 뒷풀이에서 꼬막을 일일이 손수 까는 봉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2차를 인생의쓴맛이란 술집으로 갔는데,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이들과 고진감래의 달달함도 즐겼다.
지금까지 히말라야와 오지들을 주로 혼자 다니는 순례를 해왔지, 사람들과 함께하는 걸 달가워하지않았었다. 그래서 한겨레여행사업팀에서 여행팀을 인솔해달라고 여러번 부탁해왔지만 매번 거절하거나. 외부의 지인들을 소개시켜줬다.
그런데 이번엔 조정래 선생님과 함께 한 여행에 처음으로 인솔자로 나섰다. 그런데 함께 순례를 해보고, 줄탁동시의 환호가 터지니 기쁨이 크다. 그래서 7월말에 지구 최후의 성지인 티베트 카일라스 (수미산)로 휴심여행팀을 꾸려 2주간 가기로했다. 이번 인도에 간분들 상당수가 재신청하겠다고한다. 이러다 본업이 바뀔지 모르겠다.
이화정 선생님이 휴심여행팀 카톡방에 띄운 문자다.
정말이지 선생님들 열정은 못말리겠고요 솔직히 말리고 싶지도 않네요
왜냐면 인도휴심 선생님들 열정을 보고 느끼는 것 만으로도 제 안에 오래된 응어리들이 녹아나가는 것을 바로 바로 체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도휴심 첫번째 뒷풀이 '어반 빈야드'에서 낙낙하게 넓혀진 마음은 10년을 외면하고 살았던 한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게 만들어줬습니다
어젯 밤, 그 친구와 수줍은 기쁨으로 재회하면서 한 뼘 자라난 제 스스로에게 쓰담쓰담해줬답니다
이렇게나 신기하고 기적같은 관계 회복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최근의 제 일상은 축복 그 자체입니다.
선생님들의 열린 내공과 진정한 연륜은 제게 옹골진 아집과 두려움으로 꽁꽁 얼어붙은 마음 틀을 말랑말랑한 엿가락처럼 늘이고 녹여버리는 것 같아요
이 귀하고 소중한 인연을 내려주신 큰 신과 제 생애에 다시 감사드립니다.
전국 사방팔방에 계신 인도휴심 스승님들 평안한 저녁 되시어요
지하철역까지 함께가 마지막에 바이바이한 김홍기 선생님이 인도여행팀 카톡방에 올린 문자다.
만남에 대해서 한 차례 더 생각하게하는 오늘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연의 끈이 실재할 수도 있겠구나! 고해를 떠도는 표류의 생일지라도 그 외로움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런대로 살만한 세상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참석자 모두에게 마음을 여며 인사드립니다. 또 뵙겠습니다.
네아이 엄마, 미야님이 올린 문자다.
뭐랄까요.. 내 마음 편한 친정에 다녀온 느낌이랄까요? 따뜻한 밥 차려주시고 눈 마주치고 웃으며 서로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는 모습들이 아낌없이 다 퍼주고도 행복한 가족 같았어요. 아침에 눈을 떠도 아직 그 따스한 기운이 남아있어요. 모두들 고맙습니다. 다음 번 모임엔 어제 못 뵌 분들도 꼭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