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열 살짜리 친구 레베카에게 말했다. "지금 장난감과 또 뭐가 꼬마들한테 필요한지 써야 되거든." "꼬마들이야 그저 사랑해 주고 껴안아주면 되지, 뭐." "맞아. 하지만 나는 원고지를 스무 장이나 채워야 하는데." "그럼 이렇게 쓰면 되잖아. 꼬마들은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진짜로……… 사랑해 주고 껴안아주면 된다."
이번에는 두 살짜리 딸 사라에게 물었다. "사라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은 뭘까요?" "아빠." 그 다음날에는 일곱 살짜리 줄리아에게 물어봤다. "줄리아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은 뭐야?" "사라."
내가 장난감 판매업에 종사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이건 썩 만족스런 답변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하지만 아하, 사실은 사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훌륭한 장난감들이 많긴 하지만 필수품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곧잘 사주고 있으니 우선 장난감에 대해 토론해 보도록하자. 아이들이 어떤 장난감을 가장 좋아하는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무턱대고 장난감만을 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나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사줄 때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한다. 장난감은 나무와 솜과 천과 털실로 만들어야 한다.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이 아이들의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들과 주거니 받거니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학습이라고 말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내 생각에 플라스틱, 색깔이 요란한 합성수지, 귀에 거슬리는 소리, 낯선 합성 섬유는 우리가 상상한 들판에 놓여진 TV세트처럼 아이들의 세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10여 년간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아이들은 저절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향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대로 내버려둔다. 내가 하는 일이란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일이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스코트 새비지 엮음, 김연수 옮김, 나무심는사람들> 중에서
지금 세상에 영리든 비영리 목적이든, 작은 존재로 머물러 있기 위해 스스로 정기구독자 수의 증가를 거부하는 잡지가 있을까? 있다. 바로 <플레인>이라는 잡지인데, 이것은 스스로를 러다이트(기계혐오자)라고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과 그의 가족이 미국의 궁벽한 시골에서 타자를 치고, 판형을 짜서, 손으로 찍어내는 잡지이다.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 소개되는 것을 거부하면서, 정기구독자 5천명을 유지하고 있다. 겉보기엔 초라하지만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현재 그 어떤 간행물이나 미디어도 갖지 못하는 정신적, 도덕적 권위를 누리고 있다. 이 잡지를 취재했던 <뉴욕타임스>의 기자가 신문사를 사직하고, 시골 농사꾼으로 전신한 이야기는 이 잡지를 통해 새로운 삶을 발견한 숱한 사람들에 관련된 일화 중 하나일 뿐이다. <플러그를 뽑은 사람들>은 이 잡지에 실렸던 글 가운데서 좀더 중요한 글을 가려 묶은 것이다.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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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아이가 정말로 원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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