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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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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소녀와 우아라치 한 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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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중반의 어느 날 오후, 나는 멕시코 할리스코의 한 작은 마을 장터에서 '우아라치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우아라치는 딱히 구두고 샌들도 아닌, 천으로 짠 놀라운 신이다.

장터 뒤쪽에 있는 구멍가게에서 근사한 것들을 찾아냈을 때는 낮잠 자는 시에스타 시간이 다가오고 있을 때였다.

가게를 보는 사람은 눈이 반짝반짝하고 명랑해 보이는 10살짜리 여자 아이였다. 이 유쾌한 아이에게 너무 반한 나머지 나는 그녀가 달라는 대로 기꺼이 값을 쳐줄 생각이었다. 대신 장난삼아 흔히들 하는 대로 먼저 흥정을 하기 시작했다.

"이 우아라치 얼마지요?"

"25페소에요."

"20페소에 주세요."

"18페소요."

나는 속으로 키들키들 웃기 시작했다.

"17페소."

"16페소."

"15페소."

"14페소."

이쯤 되자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여자 아이는 수줍은 듯 손으로 입을 가리며 물건을 다 놔두고 뒤쪽으로 달려갔다. 그녀로서는 처음으로 파는 입장에 서본 것이다.

잠시 뒤 이 아이의 엄마가 나타나 이 재미나는 상황을 한껏 즐겼다. 나는 근사한 우아라치 한 켤레를 구하는 것 이상의 행복감을 느끼며 그녀가 요구한 값을 지불했다.

 

웃는소녀.jpg

 

<핸드메이드 라이프>(윌리엄 코퍼스웨이트 지음, 피터 포브스 사진, 이한중 옮김, 돌베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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