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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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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폭력대화의 현장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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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JPG» 비폭력대화법 교육 참여자가 2인2조로 솔직하게 말하기와 공감으로 듣기를 직접 해보고 있다.



왜 사람들 틈에 있어도 외로울까. 왜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을까. 왜 혼자인 것만 같을까. 열린 공간에서 말할 자유를 누리고있으면서도 왜 새장에 갇힌 새처럼 숨이 막힐까. 제대로 된 소통이 없는 불통의 공간에서 느껴지는 현상들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쟁이 끝난지 70년이 다 됐지만, 혀 속에 숨은 칼로 이 순간도 많은 이들이 베어 신음한다.
 19~21일 서울시 강남구 삼성로 95길 23 남양빌딩 3층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엔 20명이 3일 일정의 처음 비폭력대화를 배우는 NVC1 코스에 참여했다. 더이상 말로서 남을 죽이지 않고, 말이 칼이 아닌 꽃이 되게 하는 걸음마를 시작했다. NVC란 ‘Nonviolent communication’의 약자로 비폭력대화로 번역되며, 때로는 연민의 대화 (Compassionate Communication)로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폭력은 인도의 비폭력 독립운동가 간디가 사용한 것이며, ‘우리 마음 안에서 폭력이 가라앉고 자연스러운 본성인 연민으로 돌아간 상태’를 가리킨다. NVC는 장자, 간디, 마틴 루터킹, 크리슈나무르티, 마틴 부버, 칼 로저스 등의 영향을 받은 미국 임상심리학박사이자 평화운동가인 마샬 로젠버그(1934~2015)에가 창시한 대화법이다. 한국에는 2003년 캐서린 한에 의해 들어와 최근 갈등해소 프로그램으로 학교와 마을 등에서 각광 받고있다. NVC1은 25만원의 수강료가 있음에도 몇달전 조기 마감될만큼 인기가 있다.
 김영옥 강사가 진행하는 대화모임 참석자들은 대부분이 직장인이었다. 김강사는 “비폭력대화법은 외국어를 배우듯이 배워야한다”고 먼저 강조했다.
 입에서 내뱉는다고 다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이 일방적인 불통언어에 길들여져있기 때문에, 소통을 위한 언어 습관을 연습하고 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배운지 수십년도 더 지나, 고정된 언어습관이 깊게 자리잡은 어른들이 새롭게 대화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5-.JPG» NVC1 교육을 이끈 김영옥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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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게 말하기, 공감으로 듣기
 대화의 기본은 말하기와 듣기다. 말하기와 듣기는 누구나 하는것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지않다. 비난조로 말하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면 제대로된 말하기와 듣기라고 볼수 없다. 그래서 이곳에선 ‘솔직하게 말하기, 공감으로 듣기’를 강조한다. 이때 한 참석자가 질문했다. ‘말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듣는 것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게 아닌데, 비난 섞인 말을 들어야 할 때는 어떻게 제대로된 소통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자 김 강사는 “들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돌려주는 것(말)은 선택해서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말할 때는 ‘나’에 대해서만 말하고, 들을 때는 ‘너’에 대해서만 들으라고 한다. 가령 ‘부장님은 너무 권위적이야’라고 말할때, 이것은 ‘내 느낌’이 아닌 ‘타인’(부장)을 말하는 것이다. 대신 ‘부장님이 오늘 내 보고서를 다 읽어보지도 않고 다시 써오라고 했을 때 서운했어’라고 했다면 나에 대한(자기 느낌) 것을 표현한 것이다. 듣기의 경우,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아유, 열받아”하며 책가방을 던지고 누워버렸을대 “엄마한테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야?”라고 한다면 ‘나의 느낌’을 말한 것이지만 대신 ‘무슨 속 상한 일 있었는지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어?’라고 한다면 ‘너의 느낌’을 들어준 것이다.



부부공감워크숍2-.jpg» 부부공감워크숍 현장. 사진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제공



부부공감워크숍1-.jpg» 부부공감워크숍. 사진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제공


가족캠프-.JPG» 가족끼리 비폭력대화법을 익히는 가족캠프. 사진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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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JPG» 비폭력대화 국제심화교육현장. 사진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제공


IIT1-.JPG» 비폭력대화 국제심화교육현장. 사진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제공



 
 관찰, 느낌, 욕구, 부탁
 비폭력대화법에서 첫번째로 숙지해야하는 모델이다. 대화가 산으로 가는 이유의 대부분은 자신의 판단과 평가를 사실과 혼동하는 것이다. 가령 “네가 나를 무시했을때~”라고 한다면 ‘사실’이 아닌 자신의 판단이다. 그보다는 ‘네가 오전 회의 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잘라버렸을때’라고 비디오로 찍듯이 ‘관찰’한 사실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또 ‘철수는 너무 공격적이더라’라는 판단이지만, ‘철수가 컵을 친구한테 집어던졌다’라고 하는게 ‘관찰’ 대화다.
 다음이 비폭력대화법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수 있는 ‘느낌’ 표현이다. ‘느낌’이란 뭉클해, 황홀해, 유쾌해, 기뻐, 감미로워, 포근해, 훈훈해, 뿌듯해, 상쾌해, 후련해, 홀가분해, 느긋해, 안심이 돼, 가벼워, 평온해, 짜릿해, 흥분돼, 들떠, 걱정돼, 까마득해, 염려돼, 신경 쓰여, 뒤숭숭해, 불안해, 무서워, 섬뜩해, 오싹해, 두려워, 막막해, 불안해, 조마조마해, 떨려, 거북해, 쑥스러워, 난처해, 답답해, 서먹해, 찜찜해, 슬퍼, 서글퍼, 우울해, 섭섭해, 허전해, 쓸쓸해, 따분해, 심심해, 부끄러워, 화냐, 약올라 등이다. 대부분은 말할 때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일쑤다. 가령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않는 것처럼 느껴져’라고 한다면, ‘느껴져’라고 말했음에도 이것 느낌이 아니라 생각이다. 이와 달리 ‘당신이 나를 사랑하지않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서운해’고 ‘자기 감정’을 말하는게 느낌 표현이다. 또 ‘아까 내가 그 사람한테 불친절하게 한것 같아’고 한것도 생각이다. 대신 ‘그가 집에 왔을 때 물 한잔도 안주고 보내고 나니 찝집하다’가 느낌이다, 김 강사는 “요즘은 학생들도 ‘좋아, 나빠, 헐, 대박, 빡쳐’ 등 몇가지로만 표현을 고착화하는 경향이 강한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느낌 표현이 중요한 것은 이 느낌을 통해 내 자신 혹은 상대방의 마음 상태를 정확히 알수 있기 때문이다. 즉 느낌 속에 ‘욕구’가 담겨 있어서다. 가령 아내가 홈쇼핑에서 배달된 옷을 입어보고 남편에게 ‘이거 입으니 좀 답답하다. 어때?’라고 물었을 때 ‘반품할 이유를 찾기위한 동의를 구하고싶은 욕구가 담겨 있다.
 비난하는 말의 속내엔 욕구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가령 ‘그는 너무 거만해’라고 하는 말속엔 ‘그가 나를 인정해주고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는 욕구가 담겨 있다. 비폭력대화법의 창시자 마샬은 “다른 사람에 대한 비판은 충족되지않은 자기 욕구의 비극적인 표현”이라고 했다. 가령 아이가 “엄마 미워!”라며 엄마를 탓하는 듯한 말을 하고있지만, 공감의 마음으로 경청해보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총족되지않은데 대한 고통을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는 것이다.
 대화법의 대미는 ‘부탁’이다. 부탁은 막연하게 하는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해야한다. 가령 “우리 사무실에서는 좀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만듭시다”가 아니라 “아침에 출근할때 먼저 바라본 사람이 항상 인사를 합시다”라고 하는게 좋다. 이 때 조심할 것은 부탁과 강요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부탁이란 상대방에 의해서 거절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부탁이다. 가령 “네가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라는 식은 막연하다. 연습을 많이 한 한 40대 학부모는 “발표할 때 청중들과 한명 한명과 눈을 맞추며 또박또박 큰소리로 말을 했으면 좋겠어”라고 구체적으로 부탁했다.
 김 강사는 “이런 모델이 잘 떠오르지않으면 상대방의 의중을 물어주는 것만으로도 비폭력대화가 된다”고 했다. 가령 엄마가 “순희야, 저 가게에 가서 두부 좀 사와”라고 하기보다는 “순희야, 두부 좀 사다주면 좋겠는데, 네 생각은 어때?”라고 물어주면 비폭력대화가 된다는 것이다.



1-.JPG» 김영옥 강사의 지도로 기린과 자칼이 되어서 실제 사례를 가지고 비폭력대화 상황극을 해보는 참가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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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린과 자칼’이 되어보니
 참석자들은 대화 모델을 익힌 뒤 기린과 자칼이 되어서 실제 대화 상황을 연습해본다. 기린은 비폭력대화의 상징이고, 자칼은 공격적인 언어를 쓰는 이를 상징한다.
만약 엄마로부터 ‘언니 반만큼이라도 해봐라’라는 말을 들었을 때 자칼식으로 반응은 ‘엄마는 왜 맨날 나만 미워해?’라고 엄마를 공격하든지, ‘그래 나는 제대로 하는게 없어’라고 자신을 할퀴게 된다. 그러나 비폭력대화를 익혀 기린식이 된다면 누군가를 공격하기보다는 ‘저 말을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고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표현하든지, 아니면 ‘엄마, 내가 이걸 좀 더 야무지게 해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거지?’라고 공감하는 것이다.
  비폭력대화법을 해본 30대 남성은 “이성만 발달해서 나는 감정도 없고 공감 능력이 없는 줄 알았는데, 기린 연습 도중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공감해주는 말을 들으니 울컥해졌다”고 고백했다. 40대 남성도 “내 느낌과 욕구를 알아야 내 자신을 제대로 돌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50대 여성은 “지금까지 다른사람들의 눈치는 너무도 잘 살피며 살아왔는데, 내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모르고 방치해둬 나는 ‘늘 괜찮다’고만 해왔다”고 말했다. 공기업에 다니는 50대 여성은 “진심어린 공감의 말을 듣는 순간 그 느낌이 너무 좋아 생애 처음으로 달콤한 눈물을 흘렸다”고 감격해했다. www.krnvc.org:5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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