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가 개교 104년 만에 여성 교역자(교무)의 결혼을 허용했다.
원불교는 지난달 교단 최고 의결기구인 수위단회의를 열어 여성 교무 지원자가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했던 ‘정녀 지원서’를 삭제하는 내용의 ‘정남정녀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12일 밝혔다.
정녀지원서는 원불교 여성 교무로서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겠다고 약속하는 서약서다. 원불교는 여성 예비 교역자가 대학 원불교학과 입학을 지원할 때 이 서약서를 제출하도록 해왔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남자 교무는 독신과 결혼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지만 여성 교무는 독신을 지켜야했다.
이번 교헌 개정으로 정녀지원서 제출 의무가 사라지면서 앞으로는 원불교 여성 교무도 남성 교무처럼 자율적인 의사에 따라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1916년 소태산 박중빈 대종사가 개교한 원불교에서는 여성 교무들이 독신으로 살면서 교단에 헌신해 교단 발전에 큰 구실을 했다. 그러나 남녀 평등을 교단 초기부터 중시해온 교단에서 여성 교무들만 결혼을 금지한 것이 남녀 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어왔다. 특히 최근 들어 독신수도자 지원자 수가 급감해 교단이 위기에 처한 것도 이런 결정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교헌이 개정된다고 해서 모든 교무들이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독신 교무로 살다가 아무 때나 결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교무 지원자는 결혼과 독신(정남, 정녀)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한다. 변경된 규정은 42세 전까지 정남 정녀 지원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이 독신 서약을 지켜 60세가 되면 교단은 정식으로 정남정녀 명부에 등록한다.
원불교는 교역자들의 신병 치료와 노후 봉양을 할 때 정남정녀 교역자를 그렇지않은 교역자보다 우선해 살피도록 한다. 가족이 없는 교무를 우선적으로 교단차원에서 보살피는 것이다.
원불교는 여성 교역자의 상징으로 여겨진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정복에 변화를 주는 방안도 본격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정복은 외부에 원불교 교역자로서 상징적인 이미지를 주는 이점이 있지만,활동성이 떨어지고 관리가 쉽지 않다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