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국면에서 ‘신천지’ 대구교회가 슈퍼전파자가 됐고, 종교집회 자제를 무시한 교회의 오프라인 예배 강행으로 집단감염이 계속 되면서, 종교계가 국민의 근심거리다. 어떤게 진짜 종교고 어떤게 가짜 종교일까.
오강남(78) 캐나다 리자이나대 비교종교학 명예교수가 이번엔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현암사 펴냄)를 출간했다. 동서고금의 ‘종교의 심층을 탐구한 인물들’ 57명이 담긴 책이다.
이 책은 전기의 단순 요약물이 아니다. 요체가 담고, 이를 다른쪽 사상과 비교해놓은 방식은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사상을 치열하게 넘다든 오 교수가 아니면 감히 시도키 어렵다. 개신교인으로 성장한 오교수는 서울대 종교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캐나다 맥마스트대에서 불교를 전공 ‘화엄의 법계연기 사상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책에서 퀘이커 모임에 종종 참여하고 있다고 밝히고있다. 퀘이커는 함석헌이 속했던, 그리스도교의 한종파다.
그는 북미 여러 대학과 서울대 등의 객원교수, 북미한인종교학회 회장, 미국종교학회 한국종교분과 공동의장을 지냈으며, 지난 2006년 교수에서 은퇴한 뒤 북미와 한국을 요가며 강좌나 강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이미 <예수는 없다>와 <장자> 등의 베스트셀러와 <세계종교둘러보기>,<불교, 이웃종교로 읽다>, <오강남의 그리스도교 이야기> 등의 저서로 잘 알려져있다. 지난 가을부터 캐나다 밴쿠버에 머물고 있는 오교수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천지’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21세기에 이런 종교 아닌 종교가 이처럼 창궐하는건 비정상이다. 세계적인 탈종교화 현상이란 대세에 역행하는 한국의 현상은 종교 사회학이나 종교 심리학적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한국에서 유달리 많은 신흥종교가 발흥하는 것은.
“신흥종교는 어디에나 많다. 정감록류 비결서의 영향으로 구세주 대망 사상이 무의식적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좀 현실적으로 보면 갑작스런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한 불안심리가 때문이기도 하다. 또 이른바 아노미 현상이다. 개인주의로 인해 소속감을 상실하게 된 사람들이 소속감과 희망을 주는 종교로 몰려드는 것이다.”
» 신천지예수교회장막성전의 행사 모습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에 나온 심층적 영성과 깨달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표층적이고 기복적이고, 이기적이고, 공격적인 종교가 득세하는 이유는.
“종교심은 계속적으로 성장해 나간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이 내가 잘되기 위해 종교를 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종교심이 깊어지면 이런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극복하고 함께 사는 세상, 사랑의 공동체를 지향하게 된다. 그러나 이런 성숙한 단계로 들어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계속적인 성장을 멈추면 종교는 자연히 치부나 치병 같은 사익을 추구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종교적 발달장애에 희생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이고 배타적이고 공격적이 된다. 특히 종교 지도자들이나 정치지도자들은 신도들이 계속 성장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을 때 컨트롤하기가 제일 쉽기 때문이다.”
-종교의 심층을 본 인물들은 문자나 교리보다는 체험을 중시하는데, 가령 한국의 종교에서도 성령이 임했다든가 거듭났다든가 깨달았다는 체험 중시현상이 상당하지만 이것이 예수의 사랑이나 왕양명의 지행합일 같은 삶의 변화와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가 많은것은 무엇 때문인가.
“체험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열매가 없거나 신통치 않으면 올바른 성령, 올바른 거듭남이라 할 수 없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이기적인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 2019년 3월 서울 장신대 신학대학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연하는 오강남 교수
-그리스도교 배경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불교로 박사학위를 하고, 장자를 비롯한 동양종교를 골고루 섭렵 한 이유는? 그리고 한 종교에 천착했을 때와 다른 쪽 종교 사상을 두루 섭렵한 뒤에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비교종교학의 창시자 맥스 뮐러는 “한종교만 아는 사람은 아무 종교도 모른다”고 했다. 내 종교를 더욱 잘 알기 위해서라도 이웃 종교에 대해 알아봐야한다. 각 종교의 표층에서는 다르다고 다툴 수 있지만, 심층에선 서로 통한걸 발견한다. 이렇게 되면 내 종교만 절대적으로 옳은 종교라는 독선과 배타적 태도에서 해방될 수 있다. 세계종교를 섭렵한 신학자 한스 큉은 “이웃 종교에 대한 연구가 없으면 종교 간의 대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대화가 없으면 종교 간의 평화가 있을 수 없고, 종교 간의 평화가 없으면 세계 평화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다른 종교를 알게 되면서 대화와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라고 할까.”
-가정, 교직, 사회생활, 인간관계 등에서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철학사상은 무엇이고, 필생의 스승은 누구인가.
“<진짜 종교는 무엇이 다른가>에 등장하는 인물이 모두가 스승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라 한다면 예수와 붓다. 좀 더 좁히라고 한다면 아마 동양 쪽에서는 노자, 장자, 서양 쪽으로는 폴 틸리히, 토마스 머튼이라고 볼 수 있다.”
-인생의 최대 위기는 언제였고, 거기서 얻은 통찰과 맥이 닿은 철학은.
“정신적으로 말하면, 자라면서 속해 있던 기독교 교파에서 자진 탈퇴할 때다. 기독교에서 배운 것에 대한 의문은 중학교 때부터였지만 정식으로 탈퇴한 것은 종교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소속 교파의 가르침을 그대로 가르칠 수 없어서였다. 이때 종교의 핵심이 교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선불교처럼 의식의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 노장 철학처럼 여유롭고 허허하게 사는 것이 자유라는 것을 절감했다.”
» 오강남 교수는 2006년 대학에서 정년퇴직후 북미와 한국을 오가며 강연하고 있다.
-한국 개신교의 문제를 무엇으로 보는가.
“문자주의다. 성경에 있는 말을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는 시대착오적인 주장이 신천지 같은 현상을 초래하는 밑거름이라 할 수 있다. 신천지에서 가르치는 것은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14,4000 이라든가 하는 글귀를 문자 그대로 믿고 가르치고, 또 자기들의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성경 여기저기의 구절을 자의적으로 따와서 인용하는 것이다. 문자주의가 바로 근본주의다. 세계 기독교계에서는 없어지는 문자주의 근본주의가 한국에서 만연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종교인구가 줄고, 수도자 출가자가 급감하고있다. 인공지능를 비롯한 첨단 과학문명의 시대로 종교 무용론이 나온다. 이런 시대 종교란 무엇이고, 종교가 과연 필요한가.
“구시대의 세계관과 패러다임을 계속 붙들고 있는 종교는 어쩔 수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설 수밖에 없다. 서구에서 가장 급속히 증가하는 종교현상은 무신론이다. 가톨릭 신학자 칼 라너는 21세기 기독교가 심층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닐 것이라고 했다. 지금 세계적으로 대두되는 명상 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또 미국의 종교 사회학자 필 주커먼은 <종교 없는 삶>에서 우주 안의 온갖 신비스러운 것들을 보며 경탄하고 경외심을 가지며 삶을 즐거워하는 종교 없는 삶, 그가 말하는 ‘경외주의(aweism)가 앞으로 전통 종교를 대신하리라고 했다.”
-코로나 확산시국에 오프라인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들을 어떻게 평하는가.
“만일 그들이 믿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자기 백성들이 이런 비상사태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 예배드리는 것을 즐겨하실까. 자기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위험을 주는 이런 예배를 즐겨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런 하나님은 퇴위시켜야 하는 것 아닐까. 사실 하나님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하나님을 믿는 맹목적 신앙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