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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산으로 올라가 소릴 한번 질러봐/ 나처럼 이렇게 가슴을 펴고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빠”

 가수 클론의 ‘꿍따리 샤바라’처럼 산과 들, 바다를 누볐으면 좋으련만 코로나19 때문에 춘래불사춘(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음)이다.


 한국인들과 성격이 상당히 닮았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전국에 이동제한령이 내리자, 날마다 저녁 6시가 되면 창가로 나와 역시 창가로 나온 이웃들과 함께 노래와 박수로 서로 응원하고 춤을 추는 플래시 몹을 선보이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사망자가 늘어가는 나라에서 그렇게라도 불안을 달래고 서로 위로하지 않으면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iyal-.jpg» 창가로 나와 뭔가 두드리며 서로를 응원하는 이태리 사람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방학이 길어진 학생들, 재택근무자들까지 어쩔 수 없이 ‘방콕’하며, “갑갑해 미칠 지경”이라는 이들이 많다. ‘다이내믹 코리안’들이 외국 여행은커녕 국내 여행도 가지 못하고, 회식 모임도 못 하고, 집 안에만 갇혀 있으려니 벌떡증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이렇게 몸이 갇혀 있다면, 마음이라도 훨훨 날아야 한다. 장자의 곤과 붕도 마음속으로 유영하고 날았던 것이지 실제 그런 것이 아니니. 장자만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 방에 앉아 천리 만리 밖 우주까지 유영할 수 있는 게 상상력을 가진 인간이다. 마음 여행이야말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인 셈이다. 여행 대상은 많다. 먼저 지나온 삶을, 즉 자신이 움직일 때마다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고 생각해보면 수억장의 사진이 나올 것이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이들이나 교통사고를 겪었던 이들에게 한 찰나에 전 생애의 파노라마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처럼 우리의 무의식엔 살아온 삶의 이미지들이 있다. 이 이미지 컷들을 진열해놓으면 수억장도 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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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 삶의 트라우마를 발견해 치유하는 데도 기억 속의 이미지가 결정적인 구실을 해줄 수 있다. 그러나 꼭 고통스럽고 외롭고 슬펐고 두려웠던 장면들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요즘처럼 집에 박혀 마음이 힘들 때는 반대의 장면을 떠올려봐도 좋다. 가장 행복하고 평온했던 순간의 이미지를 떠올려 한장당 10분 이상 머물러보자. 첫 기억이 떠오르는 서너살 때부터 지금까지 삶 가운데 가장 좋았던 모습 열 컷을. 그야말로 ‘내 인생의 컷’을. 그 나이 때의 나로 돌아가 그때의 사람들과 풍경과 날씨뿐 아니라 내 느낌까지 생생하게 살려낼수록 좋다.


 마음속 타임머신을 타고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엄마의 따사로운 등에 얼굴을 부비던 순간의 안락함이 떠오를 수도 있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걷던 골목길이나 명절을 앞두고 사온 새옷을 입어보고 껑충껑충 뛰던 모습, 대학이나 직장에 합격해 이 세상을 다 가진 것같이 기뻤던 순간, 짜릿한 첫 키스의 장면 등이 떠오를 수도 있다. 간혹 ‘나는 좋았던 때가 한 번도 없었다’는 이들도 있지만, 이들도 일부러라도 생의 파노라마를 뒤지다 보면 처음 짜장면을 먹었을 때 그 짜릿한 맛이라든가, 마음에 드는 아이를 보고 두근거렸던 마음, 눈바람을 피해 담벼락에 섰을 때 내려쪼이던 따사로운 햇볕, 등산 중 너무도 갈증이 났을 때 마셨던 물의 시원함이 되살아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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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순간만큼은 나도 행복했고, 평화로웠다.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 순간의 느낌으로 돌아가 볼 수 있다. 그처럼 소중한 장면들에 머물러 그때의 느낌을 되새기는 것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내 마음의 보석상자를 찾는 것과 같다. 인간은 추억을 먹고 사는 존재다. 좋은 추억, 좋은 컷을 내면에 간직한 이가 마음 부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