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의 방
수녀원 내부를 공사 할 때
인부들은 두런거렸다.
“이 큰 건물에 방뿐이 없네.”
방 안을 들여다 본 그들은
또 한 번 의아해 했다.
“이렇게 없이 사는 줄 몰랐네요.”
두 평 남짓한 수도자의 방
책상 하나,
의자 하나,
작은 농 하나
그리고 일인용 침대
지난 여름
부산을 내려갔을 때
나는 4시간을
대합실에서 보냈다.
약속 장소인 지인 집에
너무 빨리 나타나면
실례를 끼칠 것 같아서였다.
어영부영하다보면
그 시간이 되겠지 하며
의자에 앉았다
일어나 걷다
서성거리길 반복하는 사이
땅으로 꺼지는 피곤과
쓰러질 듯 잠이 쏟아졌다.
서울에 있는
내 방 생각이 굴뚝같았다.
한 몸둥이 누울 수 있는 방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행복의 공간이었다.
*살레시오수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