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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nnel: 한겨레 수행·치유 전문 웹진 - 휴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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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필 때면 생각나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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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울린 이 사람
봄꽃 필 때면 생각나는 어머니



어릴 때 작은 암자에 살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유독 많았다. 암자 뜰 앞 작은 우물가에 덩그러니 앉아 물속에 있는 작은 벌레들과 대화하는 시간들이 일상이었던 그런 시절이었다. 깊은 산골에 살다 보니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려면 산 하나를 넘어야 하는 탓에 혼자 노는 게 일상이었다. 그때 유일한 대화 상대는 어머니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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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벚꽃


어머니는 하얀 벚꽃 빛깔의 한복을 입고 쪽머리를 하고 엷은 미소로 늘 사람들을 맞이해주던 분이셨다. 저녁이면 막내아들에게 무릎베개를 해주고 자장가 삼아 반야심경의 마지막 구절인 ‘아제아제바라아제바라승아제모지사바하’를 외었다. 아침마다 아들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잡고 쓰다듬어 주시며 ‘사람을 정성껏 대하는 사람이 되라’는 당부를 했다. 그것이 반야심경 못지않은 어머니의 간절한 주문이었다.


어느 날 산에서 진달래꽃을 한 아름 꺾어 부처님 전에 공양 올리고 또 한 아름 꺾어 후원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공양 짓는 어머니께 갖다드렸다. 봄꽃을 유난히 좋아하시던 분이기에 칭찬과 함께 밝은 웃음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안고 어머니께 다가갔다. 그런데 내게 돌아온 것은 칭찬이 아닌 꾸중이었다. 어린 마음에 서운해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내게 어머니는 “꽃은 그냥 그 자리에 두고 보는 것이 제일 예쁘고, 그 향기도 오래간다”며 “아름답다고 꺾어와 두고 보려고 욕심을 내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셨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는 보살이었다.


작은 암자의 고된 살림을 도맡아 꾸리며 어려운 생활을 하시던 어머니는 산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계절에 어린 자식을 산중에 홀로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셨다. 울면 안 된다는 절집의 정서 때문에 마음껏 울어보지 못하고 보내드린 게 어릴 적의 기억이다. 봄꽃을 좋아하던 분이라 봄꽃이 활짝 피는 계절이면 그리움이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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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유채꽃밭. 이정아 기자


어머니의 품에서 13년을 살았다. 짧은 세월이다. 그만큼 그리움은 길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떠올릴 때마다 가슴 언저리가 묵직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분이 있다면 아마도 어머니일 것이다. 어머니를 부르는 순간, 철없는 막내아들로 못다 한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30년이 훌쩍 지나버린 시간, 어릴 적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되뇌던 어머니의 낭랑한 관세음보살 송주와 내 손을 잡고 당부하셨던 “사람이 가장 귀하다”는 말씀은 출가의 길에서 가장 큰 힘이 되고 삶의 지침이 되었다.


가섭 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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