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는 죽었다.’ 2007년 옥한흠 목사가 투병 중에 10만여명이 운집한 평양 대부흥 100주년 기념집회에서 부르짖은 이 말은 한국 교회에 대한 사망선고였다. 한국 교회는 미신화되고, 개인화되고, 탈역사화되었다. 거기다가 기복주의와 소비자 중심주의, 이원론이 만연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가장 큰 정치 집단이 되었지만, 기득권자들의 편에만 서 있는 가장 보수적이고 반성경적 집단이 되었다.”
28일 저녁 7시 서울 강남구 논현2동 서울영동교회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창립대회’에 박철수 목사(전 분당두레교회 담임)가 격려사에서 한국 교회의 실상을 질타했다.
박 목사는 “예수님의 진리는 인간의 내면 영역에만 해당되지 않고 우리가 날마다 숨 쉬며 살아가는 정치·경제·예술·교육·법·학문·노동 등 이 세계 모든 문제의 유일한 대안이요 희망인데 어찌하여 한국 교회는 하나님을 교회당에 유폐시키고 예수님을 인간의 영혼 속에만 가두어 두려 하는가”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루터가 중세 교회의 부패상을 질타한 종교개혁을 3년 앞두고, 한국 교회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를 열망하는 이들이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복교연)이란 이름으로 모였다. 강경민(일산은혜교회)·이문신(산울교회)·박득훈(새맘교회)·정현구(영동교회)·김형국(나들목교회) 목사가 공동대표를 맡았다. 신앙적으로는 보수적인 ‘복음주의권’에 있으면서도 개혁적 목소리를 내온 면면들이다.
김세윤·박철수·이승장 목사와 함께 지도위원을 맡은 이만열 장로(숙명여대 명예교수)는 “지금까지 ‘복음주의’란 이름을 내온 이들의 행태와 같은 오류와 퇴행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충고했다.
복교연은 이날 창립되기까지 2년 넘게 뜸을 들였다. 2011년 ‘성서한국’에 참여하는 목회자들이 시작한 정례 대화모임이 씨앗이 되었다. 이들은 세계복음주의운동이 1974년 로잔 언약, 1989년 마닐라 선언, 2011년 케이프타운 헌신 등을 거치면서 신앙과 삶이 분리된 이분법을 넘어 신앙의 현실적 실천이 강조됐음에도 한국에서만은 여전히 이원화된 신앙과 근본주의 신학이 팽배해 한국 교회를 곪게 하는 문제의 핵이라는 데 공감하고 근본적인 개혁운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복교연 총무 구교형 목사는 “앞으로 종교개혁이 부패한 중세 권력에 빌붙은 신학에서 벗어난 것처럼 근본주의 신학의 문제를 진단하는 포럼을 지속적으로 열 것”이라고 밝혔다.
복교연은 우선 양심적 목회자들이 해온 목요기도회를 5월15일 주최해 진행하는 것을 시작으로 5월 말 세월호의 문제를 짚어보기 위한 연합포럼을 열고, 고난받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심방을 시작할 계획이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