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에 온 지 오래지 않아 나는 개천에서 옷을 빨고 있었다. 세탁할 옷을 물에 담근 순간 개천 위 마을 쪽에서 일곱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내게 다가왔다. "여기서 빨래하면 안돼요." 수줍은 목소리의 그 소녀는 손으로 개천 아래의 마을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아랫마을 사람들이 마시는 물이에요." "빨래는 저 위쪽에서 하면 돼요. 그 쪽 물은 밭으로 흘러 들어가는 물이거든요."
나는 라다크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까다로운 환경 속에서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검약'이라는 말의 뜻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서구에서 이 '검약'이라는 말은 대개 자물쇠가 채워진 음식 창고를 지키는 나이든 아주머니를 연상시키지만, 이곳 라다크에서는 그 의미가 전혀 다르다. 그것은 풍요의 기본이 된다. 한정된 자원을 조심스럽게 아껴 쓴다는 것은 인색함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아주 적은 것에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 바로 그것이 '검약'의 본래 의미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물건에 대해 완전히 낡아버렸고 사용가치도 다 소진되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라다크 사람들은 분명히 그것을 다시 사용할 방법을 찾아낼 것이다. 그들은 어떤 것도 그냥 버리지 않는다.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것이라면 동물의 먹이로 사용하고 연료로 쓸 수 없는 것들은 비료로 쓰는 것이 라다크 사람들이다.
<오래된 미래 - 라다크로부터 배우다>(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지음·양희승 옮김·중앙북스> 중에서
|
↧
검약의 본래 의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