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고 있는 연장이 단순한 것들뿐이어서 라다크 사람들이 일하는데 소요하는 시간은 긴 편이다. 양털에서 옷을 만드는 모직을 생산하는 일을 예로 들면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일을 하는지 잘 알 수 있다. 풀 뜯는 양들을 돌보는 일에서부터 손으로 직접 양털을 깎고 그것을 세척하고 실을 잣고 마지막으로 물레를 돌려 천을 만드는 것까지……그 모든 과정을 직접 해야 한다. 음식을 만드는 일도 마찬가지다. 처음 씨를 뿌려 그것이 음식이 되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정말 많은 노동이 집약되는 과정이다. 그런데도 라다크 사람들은 시간에 대해 무척이나 여유로운 모습이다. 그들은 정말 느긋한 속도로 일을 하고 놀라울 정도로 많은 여가시간을 즐긴다.
시간을 재는 경우에도 느슨하고 여유롭게 잰다. 1분 단위로 시간을 측정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라다크 사람들은 "내일 낮에 찾아올게"혹은 "저녁쯤 찾아올게"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라다크 사람들은 그렇게 시간에 대해 넉넉한 여유를 남겨 놓는 것이다. 라다크 사람들의 언어에는 시간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표현들이 많이 있다. '공그로트gonggrot'는 '어두워진 다음부터 잠잘 시간까지'라는 뜻이고 '나이체nyitse'는 '해가 산꼭대기에 걸려 있는 한낮'을 말한다. 또 '새의 노래'라는 뜻의 '치페 치릿chipe-chirrit'은 해가 뜨기 전 새들이 지저귀는 이른 아침을 뜻한다. 이 모두가 넉넉하고 친숙한 느낌을 주는 표현들이다.
<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우다>(헬레나 노르베르 호지 지음, 양희승 옮김, 중앙북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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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나타내는 아름다운 표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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