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 스트레스 해소하고 노화 억제
선사들은 왜 오래 살았나…세로토닌 분비로 마음 안정
<법보신문> 2014.6.2 최호승 기자 | time@beopbo.com
한국과 중국을 대표하는 선사들은 평균 76세까지 살며 장수했다. 왜일까. 좋은 공기, 채식 사찰음식, 처자식 등 가족에 관한 스트레스 등을 배제하고도 장수비결이 있다. 참선수행이다.
휴식상태 뇌파 알파파 나와
느린 심박동 에너지 소비 ↓
스트레스 요인 호르몬 낮춰
노화 속도를 늦추는 효과도
학계와 의학계에서는 꾸준히 참선 혹은 명상과 뇌, 건강 등의 연관성을 연구해왔다. 그 결과 참선은 심신건강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노화를 억제하는 호르몬까지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동국대 한의학연구소와 불교문화연구원이 2013년 12월 개최한 ‘불교 수행의 치유적 특징과 실천적 적용’ 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사실이 입증됐다. 이들은 50~70대 중·고령자 25명을 대상으로 4주간 간화선수행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연구결과 간화선은 주변 환경에 따른 감정변화인 상태불안이나 선천적으로 타고난 정서적 특성불안 수준의 평균값을 낮췄다. 상태불안은 35.40에서 29.84로 5.56의 감소를 나타냈고, 특성불안도 35.04에서 31.13로 떨어뜨렸다. 불안 수준 범위는 20~80점이며 점수가 높을수록 불안하다. 우울 수준도 심한 우울에서 중증으로 낮추는 유의미한 감소결과를 가져왔다.
(사)한국명상심리상담연구원장 서광 스님은 “당시 선사들을 의학적으로 체크할 수 없지만 최근 나오는 선과 관련된 의학, 과학 서적이나 논문 등을 볼 때 상식적으로 장수와 연결된다”고 했다.
참선과 뇌를 연구한 여러 논문이나 서적에서도 참선의 긍정적 효과는 밝혀졌다. 2012년 발행된 수행과 뇌신경을 다룬 책 ‘선과 뇌’는 아리타 히데호 일본 동방대 생리학 교수와 일본 임제종 복취사 부주지 겐유 소큐 스님이 나눈 대담을 엮었다. 아리타 교수는 세로토닌 신경을 활성화하면 마음도 안정시킬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좌선과 뇌간의 세로토닌’을 주제로 한 연구 중인 그는 호흡과 씹는 것, 보행이 뇌간과 밀접하다고 강조했다. 이 3가지가 세로토닌 신경을 활성화하며 대뇌피질에 영향을 미쳐 나아가 통증 억제까지 한다고 했다. 실제 참선을 전혀 모르는 학생들에게 복식호흡을 하게 한 뒤 뇌파를 측정한 결과 알파파가 관찰됐다. 알파파는 뇌피질 후두부에서 나오는 전류로 긴장을 풀고 휴식하는 상태에서 발생한다.
참선과 호흡, 뇌파에 대한 연구는 국제적으로도 활발히 이뤄졌다. 윤형근 동국대 일산병원 교수는 2007년 ‘한국선학’ 제18회에 게재한 ‘수식관의 건강증진 효과’ 논문에서 국제적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 등을 종합해 호흡을 통한 참선, 즉 수식관의 신체적 효과를 고찰했다. 그는 참선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로 정신집중을 꼽았다. 윤 교수는 “정신집중 상태에서는 뇌가 산만하지 않으므로 그 움직임이 정밀해지고 느려져서 뇌전도상으로도 깨어 있을 때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베타파 외에 파장이 상대적으로 긴 알파파가 많이 나타난다”고 했다. 또 그는 참선이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줄이고, 뇌혈류를 증가시키고 뇌에 산소공급을 늘려 세로토닌 등 뇌신경 전달물질의 분비를 촉진한다고 했다. 특히 노화 억제 호르몬 분비 증가를 가져온다는 연구들도 소개했다. 생물학적인 연령이 젊은 정도를 나타내는 디히드로이소안드로스테론이 여성과 남성 중 노인 수행자에게 증가했다고 밝힌 뒤 적혈구 침강 반응(ESR)도 감소해 노화 속도를 늦춘다는 것. 산소소비, 호흡수, 심박수도 감소한다고 했다.
수식관으로 심박동을 늦춰 산소와 에너지 소비를 줄인다는 연구결과는 국내에서도 발표됐다. 김근우 동국대 분당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심박동과 참선을 연구했다. 동작과 호흡(수식관), 이완 등 3가지 분야가 접목된 명상 프로그램을 시행한 결과 1분당 심박동수 평균값이 70.37에서 66.92로 떨어졌다. 김 교수는 “호흡을 적게 해 심박동수가 감소하면 쓸데없는 에너지 소비를 줄여 긴장이 이완된다”고 밝혔다.
동국대 전 선학과 교수 성본 스님은 “참선에만 의미를 둬선 안된다”며 수행의 생활화를 장수비결로 강조했다. 스님은 “선은 생활이자 문화”라며 “호흡으로만 선을 바라보면 반쪽짜리”라고 했다. 특히 “선사들은 부처님 깨달음을 삶으로 잇는 지혜가 있었다”며 “집착하거나 구별하는 사량분별을 초월하고 갖가지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뇌 등 중생심의 마음작용을 본래 청정한 부처님 마음으로 바꾸는 지혜를 가진 사람이 선사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글은 법보신문(beopbo.com)에 실린 것입니다.